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논문집
"아산 정주영 연구"가 25일 출간된다.

정 명예회장을 다룬 서적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땅에
태어나서" 등 자서전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그의 업적과 경영이념을 학문적
으로 체계화한 논문집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경영사학회가 묶은 "아산 정주영 연구"에는 6명의 경영학자들이 작성한
정 명예회장 관련 논문 6편이 3백38쪽에 걸쳐 실려 있다.

경영사학회는 이 논문을 지난 1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99년도
정기학술발표회에서 발표했으며 정 명예회장을 창업대상자로 선정, 시상식도
함께 가졌다.

6편의 논문은 <>아산 정주영의 생애와 경영이념(김성수.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현대그룹의 발전과 경영전략(이건희.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아산정신의 형성과 현대그룹의 기업문화(고승희.단국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아산 정주영의 사회적 책임정신과 사회복지사업(김신.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현대그룹 금융기업의 성정과 발전(이홍무.단국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현대그룹이 한국경제발전에 미친 영향(이광종.신흥대학 세무회계과 교수)
등이다.


<>아산정신(Asanism) =6명의 학자는 아산의 경영철학을 "아산정신(Asanism)"
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승희 교수는 아산정신의 출발점을 "기업은 국가의 발전과 사회의 안정에
기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국익사상에서 찾고 있다.

이 바탕위에 근검절약의 기본사상을 바탕으로 한 불굴의 도전과 개척정신,
스스로 하면 된다는 "캔두이즘(Candoism)", 신용이 자본이라는 신용제일주의,
스스로 헤처나가는 창조주의, 장인의 솜씨를 우선하는 기술우선주의가
아산정신의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아산정신의 정신적 근원은 부지런했던 그의 부친이 몸소 실천한
근검절약정신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아산이 소년시절에 한문교육을 통해 익힌 온 양 공 양 근 검 등의 유교
덕목은 부친의 가르침을 더욱 강화시켰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영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요맨리(Yeomanry) 정신"과 미국적
요만정신이라 할 수 있는 청교도 개척정신과 근검절약 정신과도 같다는
분석이다.

그의 이같은 정신적 근원은 현대그룹을 이끌어오면서 스스로를 강하게 하는
이치를 터득했고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캔두이즘"의 사상을 구축했던
것이다.

이건희 교수는 "그는 초창기 수신 과정이 순탄치 못했기 때문에 평생교육을
받는 마음으로 여러가지 수단을 통한 지식의 축적에 노력했으며 수신한 뒤
제가 한 것이 아니라 수신과 제가를 병행함으로써 사업가로 비상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정신 =김성수 교수는 현대의 문화가 아산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근검절약의 기본 정신과 더불어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새롭고 신선함을
추구하는 창조적 예지, 투철한 주인의식과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적극의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강인한 추진력 등 네가지 정신이다.

고승희 교수는 한 가지 더해 "인화"를 현대정신의 바탕으로 들고 있다.

아산은 "우리 현대"와 같은 "우리"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는 유교사상에 뿌리를 둔 가족집단주의적 공동체 의식의 표현으로 아산이
애용하는 맹자의 "천시부지지리, 지리부지인화"라는 표현에서 잘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현대가 창업 당시부터 "근검 절약 인화"를 사훈으로 삼고 있는 것도 아산의
인화사상의 표출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현대정신이 현대중공업에 의한 국내 최초의 조선업, 현대건설의
중동진출, 현대자동차의 수출시장 개척, 반도체사업 참여, 금융북방시장의
개척진출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아산정신과 현대정신의 미래 =이들은 아산정신을 바탕으로한 현대의
경영이념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수 교수는 "아산의 경영이념이 후손들에게 계승되고 이어지는 과정에서
"창업의 효"를 발견하고 재정립돼 가치공유를 위한 노력들이 이뤄져야 한다"
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창업자의 경영이념은 당대에 끝나버리고 창업의 효가
유지되지 못해 흥망성쇠의 역사 속에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고승희 교수도 "앞으로 신세대 사원들은 현대 정신의 일방적인 수용을
거부하고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며 "경영진의 전략이나 추진정책을 담은
명령이나 지시가 일방적으로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의 일사분란한 캔두이즘 문화가 점차 약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 논문 집필진들은 바람직한 현대 문화는 아산의 상조공생문화에
바탕을 둔 인화가 종업원간 또는 노사간에 이뤄지도록 하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기업문화가 구축돼야 현대는 미래지향의 기업군으로 자리잡고 국민과
더욱 가까워지는 기업군으로 거듭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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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영사학회 ]

한국경영사학회는 기업 발달사와 기업가의 경영사상을 학문적으로 정립한다
는 목적으로 1986년 창립된 학술 단체.

전국 1백50여 대학 5백여명의 경제.경영학과 교수로 구성돼 있다.

현재 회장은 고승희 단국대 경영회계학부 교수가 맡고 있다.

이 단체는 그동안 한국 기업의 경영사와 함께 기업가들의 경영 이념을
연구해왔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 고 김성곤 쌍용 창업자, 고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자 등 창업자들의 경영이념에 대한 연구 실적도 갖고 있다.

고 회장은 "그동안 회원들간에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가인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경영 사상을 연구해보자는 요구가 많았다"며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간의 연구 기간을 거쳐 이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은 누구에게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기업가적
덕목"이라며 "보다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