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차관급 회담의 두번째 회의를 26일로 늦춤으로써 회담 자체를
최대한 지연시키고자 하는 북측의 속셈이 드러났다.

북한은 차관급 회담에서 처음부터 서해교전사태를 거론함으로써 회담을
공전시킬 의도를 보였다.

여기에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씨가 억류되는 사건까지 터졌다.

북한으로선 이같은 일련의 사안을 연계시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간을 끌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비료라는 "실리"는 최대한 챙기되,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줄 "선물"은 최소화하겠다는게 북측의 계산이다.

더구나 북한으로선 현재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미간 고위급 회담이 우선
관심사다.

북미 회담이 열리는 동안엔 의도적으로 남북대화를 철저히 기피하고 있다.

남한 당국을 무시하고 미국과만 직거래하겠다는 암묵적인 의사표시다.

당초 정부는 차관급 회담이 타결될 경우 26일부터 북한에 2차 비료지원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광객이 북에 억류돼 있는 비료지원은 불가능하다.

이를 의식한듯 북한은 이날을 2차 회담일짜로 택함으로써 "다목적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일단 회담 재개의사를 밝혔지만 이같은 이유 때문에 회담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재개되는 차관급 회담의 결과는 서울-평양간의 물밑대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우리측 회담 전략

우리측 대표단은 26일 2차회담에 앞서 북한과의 실무접촉을 통해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에 전달될 메시지는 첫째, 이산가족 문제의 구체적인 합의 없이는 비료
지원은 없다.

둘째, 예비접촉의 합의사항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셋째, 서해교전사태가 다시 회담에서 거론되면 회담은 결렬이다 등의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영식 수석대표는 "인내심을 갖고 북한측을 기다리겠지만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측의 대응태도별로, 사안별로 우리측 시나리오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베이징=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