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을 의미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거부할 수 없는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정답은 없다.

모여서 만든 "표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영.미식 시장논리가 골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경제신문은 최근 5회 연속 시리즈로 이 문제를 다뤘다.

일본 기업의 목표와 행태가 글로벌스탠더드와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삼성언론재단은 이를 "글로벌스탠다드의 파도"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펴냈다.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과 많이 닮았다.

눈에 띄는 사례들을 요약, 소개한다.


<>잠재가치를 보는 눈 =이토추상사는 최근 국제디지털통신(IDC)의 인수전
에서 낭패를 당했다.

주당 9만엔을 웃도는 가격에 인수 제의를 받아 망설이고 있던 터에 영국
C&W사가 10만9천엔에 이 주식을 공개매입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토추는 IDC의 수익이 계속 떨어져 장래를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가망 없다"고 찍힌 기업도 유럽이나 미국 기업의 잣대로는
유망한 기업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일도 있다.

미국의 GE캐피탈은 최근 니혼리스를 인수키로 하고 최근 재산관리인측과
독점계약권을 체결했다.

일본 은행들은 그동안 니혼리스의 부실채권화된 부동산 자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

"회사 전체의 가치"로 인수가격을 매기는 일본 기업과 달리 구미기업들은
잠재적인 ROE(주주자본이익률)로 회사가치를 산출하고 있다.


<>정과 연줄 없는 조직 =프랑스의 르노사에 인수당한 닛산은 르노의
칼를로스 곤 부사장이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자 "닛산의 체면을 배려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 출범할 회사에 닛산측 대표로 퇴임을 앞둔 부사장을 대표로
보내기로 하고 이를 르노측에 알렸다.

르노는 "닛산은 제휴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거절했다.

르노측은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젊은 에너지를 원하고 있었다.

닛산은 방침을 바꿨다.

칼를로스 곤 부사장이 취임하는 6월말에는 이사진이 37명에서 10명으로
줄어든다.

회장, 부사장 등 18명이 물러난다.

65세인 사장 정년도 63세로 낮췄다.

직계 판매회사에도 임원들의 평균연령을 낮추도록 했다.

글로벌 경쟁을 하기 위해 젊은 에너지를 충전하겠다는 르노의 방침에
닛산에 세대교체의 폭풍을 불게 했다.

연공과 인정은 찾을 길이 없어졌다.


<>먹고 살 기술을 가르친다 =덴마크는 기업 대차대조표에 사원 교육비나
PC구입보조 등을 "자산"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사람은 회사의 최대 자산이고 "교육 투자 금액"도 계상돼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일본 기업들도 바뀌고 있다.

종신형 생활보장을 할 수 없게 돼 새로운 대안을 찾았다.

그것은 사원교육강화다.

평생 책임질 수 없게 된 만큼 평생 먹고살 기술을 가르치겠다는 것.

리쿠르트사의 경우는 대학교수나 경영컨설턴트를 강사로 기용해 창업이나
마케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대신 주택임대료 보조 등 복리후생조치는 줄이고 있다.

가오사는 올해부터 사내 교육을 전직 중심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기업문화 공유에 중점을 뒀었다.


<>리스크 부담하는 경영진 =작년 9월 도쿄 증시 1부 상장을 눈앞에 둔
NTT도코모의 투자자 미팅 석상에서 경영진은 당황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회장과 사장이 자사주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도대체
어떤 동기로 경영을 하는가"라고 질문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영자들은 종업원 의식이 아직 남아있다.

주가와 경영진의 보수가 연동되는 세계적인 조류에 일본의 왜곡된 구조가
전부 노출돼있다.

주식회사는 본래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능집단
이다.

일본 대기업은 이런 황야의 야성을 잃고 있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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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식 경영과 글로벌스탠더드의 차이 ]

<> 일본식 경영

- 현재 가치 중시
- 연공서열, 평생직장
- 종신형 생활보장
- 부동산 자산 선호
- 종업원 마인드 갖고 있는 보수경영

<> 글로벌스탠더드

- 미래 가치 중시
- 서열파괴, 젊은층 선호
- 재취업 교육 강화
- 사업수익성 강조
- 경영진 지분강화로 책임경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