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붕괴는 신자유주의가 낳은 사생아인가"

중산층 약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80년대 미국 레이거노믹스와 영국 대처리즘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가 세계 경제의 주류로 등장한 이래 중산층은 급속히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신자유주가 확산되면 중산층이 몰락하고 20%의 상류층과 80%의 하류층으로
양분되는 "20:80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란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신자유주의란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원리를 강조하는 경제흐름.

각국이 추진하는 세계화 규제개혁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신자유주의
기조위에 서 있다.

한국의 DJ노믹스도 예외는 아니다.

<> 세계의 중산층 약화실태 =미국의 경우 지난 79년을 전후로 계층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근로계층이 단순 근로자와 지식 근로자로 분화되고 임금소득의 불평등도는
확대되는 추세다.

97년 미국의 상위 10% 계층이 소유한 국부는 전체의 53.7%에 달할 정도다.

유럽도 마찬가지.

실업이 늘고 정부의 복지노선이 축소되면서 중산층이 감소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80년 24.9에서 91년엔 32.4로
확대됐다.

한국의 경우 IMF 체제 이후 계층 양극화가 심각한 실정이다.

임금 하락과 실업자 급증에 따라 봉급생활자가 중심인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데 따른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1백75만원~3백94만원(4인가족
기준)을 중산층 가구로 간주할 경우, IMF 체제를 분수령으로 중산층 가구
비중은 97년 52.3%에서 98년엔 45.8%로 급감했다.

또 IMF체제 이전에는 중산층이었으나 지금은 하층으로 전락했다는 응답이
2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은 상류층 증가세가 빈곤층 증가를 앞서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빈곤층 상승이 상류층 증가를 앞찌르고 있는 실정이다.

<> 세계 각국의 중산층 처방 =영국은 실업증가 등에 대응하여 미국의
신자유주의 노선과는 다른 "제3의 길"을 선택했다.

고소득층의 세부담은 강화하되 근로자 세제혜택은 유지하는 식이다.

또 기업의 사회보장세를 줄여주고 법인세를 개선해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독일 슈뢰더 총리는 "신중도 노선"을 채택해 중산층및 서민층을 보호하고
있다.

개인소득세는 인하하되 근로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유지하는 동시에
법인세를 45%에서 35%로 단계적으로 내리는게 독일식 처방이다.

프랑스는 좌파 현실주의 입장에서 중산층과 서민층 보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상류층 가족수당을 폐지하고 자본소득 세율을 인상한 점이 그렇다.

정부의 사회보장 부담은 최소화하는 한편 주당 35시간 근로제를 통해 실업
사태에 따른 중산층 소득감소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 바람직한 중산층 대책 =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시장 원리를 중시
하는 신자유주의 노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다만 적절한 중산층 대책을 통해 중산층 약화문제가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류상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증요법식 중산층 보호대책은 금물"
이라며 "한국의 중산층 대책은 장기간에 걸쳐 미국형을 거쳐 유럽형 모델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신산업을 창출해 상류층이 빈곤층보다 빠르게
늘어나도록 유도하는 미국식 처방에 나서야 한다는게 그의 견해.

이어 다음 단계로 복지대책을 세우고 기업활동을 지원해 빈곤층을 감소
시키는 유럽형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임동춘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개입에 의한 직접적인 중산층
육성보다 기업을 통한 간접육성이 효과적"이라며 기업 투자나 고용을 확대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고용을 늘리는 것이 중산층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막는 최선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