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 환경부장관이 장관취임 직후인 지난달 29일 러시아에서 연극
"어머니"를 공연한 뒤 기업인들로부터 2만달러(2천4백만원)의 격려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연극이 끝나자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했던 김재철 무협회장, 박상희
기협중앙회장, 손병두 전경련부회장, 박삼구 아시아나항공사장 등이 무대에
올라와 2만달러가 든 돈봉투를 건넸다는 것.

이중 1만달러는 출연배우와 스태프들의 회식비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지방순회공연 취소에 따른 보상금용으로 연극단 부단장이 보관중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은 "현직 장관"이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격려금"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손 장관은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을 수 없게 한 ''공직자 준수사항''을
위배했을 뿐 아니라 1만달러 이상을 국내에 반입할 때는 반드시 신고토록
되어 있는 규정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손장관은 아무도 모르게 받은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봉투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 공연을 마친 예술인에게 격려금을 주는 관행도 있어 공직자 윤리에
저촉되는지의 여부는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게 쫑파티 같은 데 쓴다는 것이다.

격려금의 성격과 액수에 대해서도 "이번 연극은 해외공연인 데다 20여명의
기업인들이 모은 돈이라서 좀 많기는 했지만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경련 같은 특정 단체의 돈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장관의 공연이었기 때문에 거액이 전달됐을 것"이라며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꼬집고 있다.

손장관이 취임당시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환경운동연합도 23일 "국민에게
사과하고 받은 돈은 돌려줘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