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수수료와 환가료 인하문제를 놓고 은행들과 무역업계, 수출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와 산업자원부는 그동안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더 내려야 하는데
은행들이 미적거려 수출이 안된다"는 식으로 금융권을 몰아붙여 왔다.

이에대해 은행들은 "이미 스스로 알아서 내릴 만큼 내렸기 때문에 더이상은
안된다"면서 벼텨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김대중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추가인하 지시를
하자 시중은행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요율을 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권과 무역업계의 "억지 협조체제"가 제대로 자리잡을지는
의문이다.

<> 금융권 움직임 및 반응 ="대통령이 지시했으니 안 따를수는 없죠.
그러나 이게 관치금융의 전형이 아니고 뭡니까"

"예대마진도 줄이라고 하면서 수수료까지 낮추라고 하면 은행은 뭘 먹고
삽니까"

시중은행들은 16일 마지못해 수수료 인하를 발표하면서도 실제 반응은
이런 식이었다.

은행도 기업인데 너무 사정을 몰라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은행간의 경쟁으로 이들 업무의 수수료가 거의 노마진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하는 무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주택 기업은행이 외환매매수수료를, 산업은행이 환가료율을
내리는 등 은행권의 외환매매수수료와 환가료율 인하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
이다.

특히 외환은행과 조흥은행등 외환업무의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수수료나
환가료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은행수익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미 외화송금, 신용장개설 등 역무부분의 수입이
50%가량 줄었다"며 "무리한 수수료 인하로 은행이 힘들어지면 결국 국민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16일부터 외화대출금리를 2%포인트 내리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출 여지는 생겼으나 노마진까지 내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 무역업계와 산업자원부 시각 =올들어 수입은 뜀박질을 하는데 수출은
게걸음을 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산자부는 은행권에 계속 "SOS"를 쳐왔다.

올해 무역흑자 2백5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선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덕구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빛은행장은 한은이 외화대출금리를
내렸으니까 (환가료) 못내릴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면서 은행들의 협조를
촉구했다.

정 장관은 "이미 내린 은행의 경우 추가인하폭이 적을수는 있지 않겠지만
아무튼 환율변동폭이 외환수수료를 내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산자부 실무자도 "지난해 은행들의 외환수수료수입이 1조원 정도될 것"
이라면서 은행들이 인하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무협 관계자는 "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환가료 인상으로 인한 무역업계
의 추가부담은 연간 6백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각종 외환
수수료들이 IMF이전 수준으로 환원돼야 마당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시각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자부장관과 무역업계 관계자들간의
간담회에서 강만수 무역협회 부회장은 "많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서는 2%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라며 "은행들이
외환수수료를 낮추는 경우에도 구매승인서 발급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신설해 수출기업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무역업계 관계자들은 "상당수 시중은행들이 경쟁원리를 내세운 차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실상은 중소기업들을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이동우 기자 leed@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