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인수후보자 자격만으로 치면 LG와 한화는 큰 차이가 없다.

LG는 반도체를 팔았고 한화는 정유를 매각했다.

비교적 모범적인 구조조정을 했다고 할수 있지만 둘 다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고 경쟁력을 키우는데는 할 일이 많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위원회는 대한생명입찰에서 LG와 한화를 차별대우했다.

1차 입찰 때는 LG의 참여를 허용했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LG가 반도체를 판 돈으로 대생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시장에서 인정받을수 있을 것"이라며 LG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한달후 치러진 2차 입찰때는 이 위원장과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
까지 나서 LG의 참여를 가로막았다.

"5대 재벌은 사업체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역량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신규사업 진출에
사용해서는 안된다"

입을 맞춘 듯한 두 장관의 경고앞에 LG만 머쓱해졌다.

합작선을 구하는등 적지않게 준비해온 작업이 두 장관의 엄포로 하루
아침에 수포로 돌아갔다.

"언제는 들어오라고 했다가 안된다고 말리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나왔다.

그러면서 한화에는 2차 입찰 참여를 허용하고 마치 가장 유력한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갔다.

한화는 우쭐했지만 인수자격이나 자금력면에서 LG와 하등 다를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입찰은 유찰됐다.

금감위는 급기야 3차 제한경쟁입찰에는 LG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선회했다.

선회배경은 선명치 않다.

금감위는 스스로 궁색하다고 느낀 탓인지 LG의 참여조건으로 외국자본과
합작하고 지배적 경영권을 갖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다.

재계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정책당국자들을 비웃고 있다.

"애당초 순수한 시장경제원리를 기대했던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나름대로
원칙을 세울 것으로 예상은 했습니다. 그러나 원칙이 수시로 바뀌는 판에
누구 말을 믿고 어디를 쳐다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재계는 대한생명 매각방침이 갈팡질팡하는 배경에 혹시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깔려 있지나 않는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생명보험회사를 제대로 경영할수 있는 기업에 제값을 주고 팔겠다는 원칙은
잊어버리고 그때 그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지 않는지 의심할 정도다.

< 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