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한국은행에서 비싸게 빌린 외화(한은예탁금)를 갚으려 하자
한은이 난색을 표명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며 받기를 꺼리고 있다.

기업들이 은행에서 비싸게 빌린 돈을 갚으려 하자 은행들이 말리면서
나타나고 있는 차입금상환논쟁이 이번에는 은행과 한은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빛 조흥 신한등 시중은행들은 기아와 한보그룹 부도 이후 빌렸던
47억달러규모의 한은 예탁금을 갚을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들 외화의 금리는 리보(LIBOR:런던은행간 금리)+4%포인트다.

한은이 일반영업지원을 위해 은행에 빌려주는 외화자금 금리(리보+2%)보다
2%포인트 높다.

처음에는 리보+0.25%포인트였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고금리
정책 등에 따라 현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외화조달여건이 개선된 상황에서도 이
금리는 내려갈줄 모르고 있다.

요즘 리보+2%포인트 이내에서 외화차입이 가능해진 은행들이 볼 때는
지나치게 높은 금리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같이 외화조달이 쉬워진 조건에서 이같은 고금리
자금은 운용할 곳이 없어 역마진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를 갚으니까 다시 일정 금액을 재배정하기도
했다"며 "외국에서 빌린 자금도 조기상환하려 하고 있는데 한은은 자금상환
을 거부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대해 한은 관계자는 "예탁금을 회수하면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기 때문
에 정책목표에 따라 상환시기를 조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귀섭 한은 부총재보는 "시중은행들에 자금상환 계획을 내도록 했다"며
"은행의 상환일정과 외환관리 정책목표에 따라 자금상환이 이뤄지도록 방안
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금리를 내리는 것은
전체적인 금리정책과 연관돼 있고 IMF와 협의할 부분도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