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20엔대로 급락하면서 원화가치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엔화약세의 영향에 따라 원화가치가 동반하락하더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천1백70~1천1백8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성진 산업은행 딜러는 "그동안 엔화가치와 원화가치는 대부분 서로 동조
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당분간 원화가치도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지만
그 폭은 상당히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내 달러 공급이 계속 우위에 있는데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적정환율인 1천2백원대까지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정부의 정책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 하락은
상당히 미미했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금융팀장은 "엔화약세에 따라 당분간 원화가치
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내에 달러공급이 많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외환수급대책을 펴지 않는 한 원화가치는 엔화약세 분위기와는
반대로 다시 강세를 띨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원화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엔화가치 하락폭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어 수출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엔화가치 하락폭은 2.5%(3엔가량) 수준.

반면 원화가치는 0.2%(3원가량) 떨어지는데 그쳤다.

엔화와 원화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지만 하락폭의 차이는 12배에 달한다.

그만큼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환은행 외환영업부 이주호 딜러는 "엔화약세에 따라 원화가치도 하락하고
있지만 그 폭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백20엔대라면 원화
가치도 1천2백원대에 가야 적정하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엔화가치 하락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고 일본정부가 엔화강세를 용인치
않겠다고 시장개입의사를 명확히 밝힌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개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입장이다.

엔화가치가 하락폭에 맞게 원화가치도 적정수준인 1천1백90원대에서
1천2백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인수 신한은행 국제부과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수급대책이 필요한 때"
라며 "달러공급우위의 원인이 무역수지흑자보다는 자본수지흑자에 있는 만큼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