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cklee@kitech.re.kr >


"열중쉬어, 차렷, 받들어 총, 우향우, 좌향좌, 뒤로돌아, 앞으로, 제자리.."

이와 같은 구령소리를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게다.

필자는 군대생활중 가장 힘들었던 게 제식훈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뙤약볕 아래서 구령소리에 맞춰 반복되는 부대이동과 부대장 훈시 도중
꼼짝달싹도 할 수 없는 부동자세 등으로 인해 동료들이 일사병으로
쓰러지기도 한다.

이러한 반복훈련을 거쳐야 비로소 부대간의 열과 간격이 반듯하고 병사들은
보무당당한 모습으로 열병과 사열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새삼스럽게 30여년전 군 복무때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구령소리에
맞춰 정해진 위치로 찾아가는 군인들의 제식훈련과 같이 우리 사회는 각자가
맡은 분야에 최선을 다하여 경제가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고 하는 경제난을 겪고 있다.

우리는 97년에는 무방비상태에서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이제부터라도
한마음 한뜻으로 "한강의 기적"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선조31년(1598년) 노량해전에서 적의 총탄을 맞아
숨이 끊기는 순간까지도 "방패로 내 앞을 가려라. 싸움이 한창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며 병사들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6.25 동란 때에는 죽음을 불사하며 초개와 같이 몸을 던져 북한군 전차를
막아낸 국군이 있었다.

호국영령들은 국가를 위해 이와 같이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자기희생정신을 잊고 있다.

걸핏하면 생활고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늘고 무료급식소에는 노숙자와
실업자 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자신과 가정은 물론 나라도 지킬 수 없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나라와 동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순국선열
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면서 우리들의 나약한 모습에 대해 반성해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