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20엔대로 하락하면서 원화가치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엔화가치와 원화가치는 대부분 서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원화가치도 떨어지는 것이 이전의 경향이었다.

14일도 엔화가치가 달러에 비해 3엔가량 떨어지자 원화가치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엔화가치의 하락폭을 원화가치가 따라가고 있지 못한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엔화가치 하락폭은 2.5%(3엔가량) 수준.

반면 원화가치는 0.5%(5원가량) 떨어지는데 그쳤다.

엔화와 원화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지만 하락폭의 차이는 5배에 달한다.

그만큼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성진 한국산업은행 외환딜러는 "엔화약세에 따라 원화가치도 하락하고
있지만 그 폭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백20엔대라면 원화가치
도 1천2백원대에 가야 적정하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엔화약세가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약세를 전망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근거에서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강세 엔화약세라는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그 하나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 달러강세
를 부추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일본이 경제회복을 위해 엔화강세를 용인치 않겠다고 시장개입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도 엔화가치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정부는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엔화가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이자 이날부터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을 근거로 앞으로 3개월 이상은 엔달러 환율이
1백20엔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20엔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화가치도
적정수준인 1천1백90원대에서 1천2백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외환딜러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간접적인 개입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까지는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달러공급우위로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다"며
"이번 엔화약세 분위기를 호기로 삼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외환수급대책
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