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물가 고용 소비 생산 등 모든 경제관련 지표가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다.

정부는 "고용사정은 좋아지고 있고 물가는 전혀 걱정없고 소비확산은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이대로면 한국은 IMF 관리체제를 벌써 졸업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발표한 통계수치나 자료들은 허점이
한둘이 아니고 과대포장된 것도 적지 않다.

<> 고용사정 지표보다 훨씬 심각 =지난달 20일 통계청은 고용동향을 발표
하면서 "4월중 실업자수는 1백50만명대, 실업률은 7.2%로 작년 10월 이후
고용사정이 가장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실업률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망실업자(구직단념자)와 일시휴직자 등 불완전
취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실업자 통계에는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찾지 못한 사람도 포함된다.

일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아예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 않은 사람 즉
구직단념자는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직단념자가 많아질수록 실업률 지표의 왜곡정도는 심해진다.

특히 일시휴직자가 지난 1.4분기 15.4%, 4월에는 33.1%나 증가한 것은
고용불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 헷갈리는 물가지표 =정부는 올해 물가억제목표를 3%로 설정했다.

3%는 작년과 비교한 연평균 증가율을 뜻한다.

따라서 물가억제목표 3%는 작년과 비교한 매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 12개의
평균을 3%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부에서 매월 물가동향을 발표할땐 전월대비, 전년동기대비,
전월말대비 등 너무 많은 종류의 물가지표가 동원된다.

그러다보니 발표자료에 따라 비교시점을 달리 하거나 목표와 무관한
생산자물가가 하락했다는 식으로 억제목표에 대한 촛점을 흐리게 만들기
일쑤다.

정부가 목표치로 삼은 연평균 증가율이 빠져 있는 경우도 생긴다.

연말에 가서 "올해 물가목표는 국제원유가 등 외부요인에 의해 달성이
어렵다"고 얼버무리면 그만이라는 속셈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 소비양극화와 상대적 소외감 확산 =지난 4월중 소비자기대지수가
100.1을 기록했다.

정부는 "소비자기대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었으니 이제 위축되었던
소비심리가 회복되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가계생활, 소비지출 등 나머지 4개항목은 모두 100 이하다.

앞으로 6개월 후에는 가계형편이 더 어려워지고 그에따라 소비지출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수가 더 많은 것을 뜻한다.

경기지수 이외의 여타 모든 지수가 100 이하임에도 소비심리가 확산되었다고
해석하는 데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 발표기관에 따라 다른 전세값 =통계청은 지난달 31일 "5월중 소비자
물가동향"에서 5월중 전세가격이 전달에 비해 0.5% 내린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사흘후 재경부가 내놓은 "최근의 경제동향"이란 자료에서는 5월중
전세가격이 전월보다 1.5% 올라 부동산시장의 회복세가 가시화됐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주택은행 조사자료를 사용하고 통계청은 자체조사자료를 사용
하는데 두 자료의 조사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주택은행은 시중에서 형성되는 시세를 조사해 통계자료를 작성한다.

반면 통계청의 조사는 이사하면서 전세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비교시점은 전월이 아닌 2년전 계약가격이
되는 셈이다.

< 김병일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