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과천에서 "마녀사냥" 타령이 나왔다.

다이옥신 돼지고기 파동에 대한 언론의 동향을 놓고 농림부 관료들이 하는
말이다.

"할 일을 다 했고 큰 문제도 없는데 언론이 지나치게 소란을 떨고 있다"는
불평이다.

농림부는 지난 7일 느닷없이 "부내 방송"을 했다.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했는 데도 언론이 매도하고 있다"는 요지다.

문제의 돼지고기를 수거해 폐기해야 한다는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의 요구
에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8일에도 같은 얘기를 했다.

벨기에 정부가 다이옥신을 검출한 과정과 발표일정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국에 통보한 날짜와 농림부가 취한 그간의 대응조치도 자세하게 밝혔다.

그러나 과연 언론의 근거없는 "사냥"일까.

농림부가 벨기에로 부터 다이옥신 오염 사실을 통보받은 것은 지난 3일이었
다.

하지만 일요일인 지난 6일 오후까지만 해도 이 돼지고기가 미칠 파장에 대해
심각하게 고심한 증거는 없다.

6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벨기에산 돼지고기가 다이옥신에 감염된 정도는
1pg(피코그램, 1조분의 1g)이어서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한 하루 섭취
허용량을 훨씬 밑돈다"며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해당 돼지고기의 수입과 통관을 정지시킨 것은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벨기에에서 돼지를 키우는 농가 1만3천여 곳중 다이옥신에 오염된 사료
를 먹인 농가는 불과 5백40곳 뿐이므로 크게 걱정할 게 없다는 "친절한" 안내
도 덧붙였다.

"네덜란드 대사관에서는 자국산 돼지고기가 안전하다고 통보해왔다"고까지
강조했다.

내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먹어도 좋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농림부가 "얼마나 안전한지"를 설명하는 동안 사태는 확산일로다.

돼지고기에서 시작돼 닭 등 다른 육류는 물론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으로
까지 번졌다.

벨기에산 수입과자도 문제가 됐다.

이젠 수입한 난백(달걀 흰자위 가공품)을 쓴 국산과자까지 파문에 휩싸이게
됐다.

미국산 돼지고기도 안전하지 않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더군다나 농림부는 문제의 돼지고기가 어디서 얼마나 돌아다니는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수거도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얼마나 섭취해도 좋은 지에 대한 기준조차도 없다.

안전성을 설득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농림부는 "존재의 이유"라는 유행가 가사라도 음미해야할 판이다.

< 강창동 사회1부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