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금융기관은 시장개방에 따른 무한경쟁과 정보화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철저히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면에선 지난해 몰아쳤던 구조조정은 금융기관엔 보약이기도 했다.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난 대규모 합병과 인수, 그리고 감원과 부실정리
로 금융기관들은 경쟁에 나설수 있는 기본 체력을 일단 갖췄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경주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외국금융기관은 자본력과 선진금융기법을 앞세워 국내영토확장을 노리고
있다.

더욱이 정보화시대를 맞아 금융자동화는 하루가 멀다하고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우물안 개구리였던 국내금융기관에 선진금융기법과 함께 정보화시대에
맞는 소프트웨어적 변신이 요구되는 것은 이래서다.

금융전문가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디지털시대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업은 특성상 다량의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은 금융업에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무기다.

스와프나 선물거래같은 선진 금융기법도 모두 정보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은 금융공학 기법이 응용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자산유동화채권(ABS)처럼 수많은 대출채권을 하나로 모아 만들어내는 신종
채권도 마찬가지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외국계 선진은행은 이같은 기법에선 분명
국내기관보다 한수 위다.

국내에서 실시를 준비중인 사이버뱅킹은 외국에선 90년대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또 한번 구조조정을 당하는 아픔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정보화와 자동화 기술은 국경을 초월한 금융거래를 리얼타임으로 가능하게
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자본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통합화를 가속
시키는 요인이다.

통신및 정보처리 비용이 줄어들어 공간이라는 장벽을 무의미하게 만든
때문이다.

이같은 국제금융거래의 급증은 세계시장을 하나로 묶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글로벌경쟁에 맞서기 위해 금융디지털화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객만족의 경영혁신 전략에서도 자동화 정보화는 중요하다.

지금은 소비자주권시대다.

고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개인용컴퓨터(PC)의 보급과 인터넷 등 정보망의 확장은 고객을 능동적인
주체로 바꿨다.

공과금 납부기일에 은행창구앞에서 줄을 서는 손님보다는 집이나 사무실
에서 편안하게 홈뱅킹, 펌뱅킹을 하는 사이버고객이 늘고 있다.

더 편하고 보다 빠르게 거래를 처리하는 기관을 선호하는 것이다.

단순히 은행업무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객은 금융기관 한군데서 모든 금융거래를 처리하고 싶어한다.

실제로 정보화 기술은 한 곳에서 모든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원스톱 뱅킹
뿐만이 아니라 한 곳에서 모든 금융거래와 투자업무를 볼 수 있는 원스톱
인베스트먼트(투자)를 가능케 하고 있다.

금융기관간 업무영역 구분을 없애고 있는 셈이다.

자연히 고객들의 욕구도 이렇게 변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유의해야 할 중요한 변화다.

무한경쟁시대이자 정보화시대를 헤쳐나가야하는 금융기관이 고객의 욕구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금융자동화 사업이 고객만족을 위한 경영혁신 전략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하는 이유다.

금융정보화를 4단계로 나눈다면 현재 한국의 금융정보화 수준은 3단계에
막 진입하려는 순간이다.

초기의 금융자동화는 자기은행내에 온라인을 구축하고 업무자동화를 추진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행내 온라인이나 현금자동지급기 도입, 지로 어음 수표의 자동처리 등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불과 10년전인 87년에서야 자행내 점포의 온라인화가
이뤄졌었다.

2단계는 금융네트워크 구축이다.

금융기관간이나 금융기관과 고객간 네트워크 구축으로 금융공동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피시뱅킹이나 텔레뱅킹이 2단계의 산물이다.

지금은 3단계로 볼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화폐 도입과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뱅킹이다.

마지막으로 금융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의 구축을 금융정보화의
완성으로 본다.

기업간 물품의 발주및 납품과 같은 거래정보와 은행 지급결제정보를 모두
전자화해 상호연계시키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는 오는 7월 은행들이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뱅킹을 본격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3단계 수준의 사이버뱅킹 시대가 드디어 열리는 것이다.

이미 국내 은행들 사이에선 인터넷 고객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빛은행 국민은행 등 리딩뱅크를 꿈꾸는 은행들이 한국통신과 전산망을
연결하는 한편 자체적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똑같은 인터넷 뱅킹도 보안성과 편리성, 그리고 부가서비스의 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대기업에서는 초보적인 수준에서 금융 EDI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같은 기업은 주문과 결제를 인터넷 망으로 처리한다.

급속한 정보기술 발달은 금융디지털화시대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앞으로 금융기관의 우열은 자산건전성이나 신용평가기법 못지 않게 정보화와
자동화 기법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기관과 그렇지 못한 기관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와 통한다.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 금융기관간 정보화 경쟁이 지금 불꽃을 튀기고 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