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cklee@kitech.re.kr >

경기회복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4.6%를 기록함에
따라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 산업생산,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당초 우려했던 U자형
보다 빠른 V자형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경기의 회복세에 비해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
는 아직까지도 냉랭한 편이라고 한다.

통계와 현실이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실질소득이 줄어든 서민과 실업위기 상황에 처한 근로자 입장에서
경기회복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올 1.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난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마이너스 성장에 비교해 상황이 조금만
나아져도 증가율은 커지는 수치상의 기술적 반등으로 풀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기의 양극화다.

백화점 매출액은 늘었다고 하지만 재래시장의 판매액은 늘지 않았다.

반도체 자동차 LCD(액정표시화면) 휴대폰 컴퓨터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석유화학 철강 섬유 등은 그렇지가 못하다.

군불을 땐 구들장의 온기를 자신의 몸으로는 느낄 수 없다고 하여 경기논쟁
은 아랫목 윗목론으로 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개발(R&D)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른 실물경제 분야에 비해 회복속도
가 늦어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우선하여 투자가 뒷전으로 밀려난 탓이라고
본다.

생산과 소비가 늘어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지만 투자가 부진한 것은 내년의
경기상황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R&D투자를 비롯하여 우리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회복되지 않는 한 우리경제는
가장 우려할 만한 W자형 경기회복 모습을 보여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지
모른다.

따라서 구들장의 온기를 윗목까지 느낄 수 있도록 군불을 더 지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