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이응준(29)씨가 새 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문학동네)을
냈다.

지난 90년 시인으로 데뷔한 그는 94년부터 소설가로 거듭났다.

그래서 "마치 시를 쓰듯 소설을 쓴다"는 평을 듣는다.

중.단편 7편을 모은 이번 소설집도 농익은 문체로 회화적인 서정성을
보여준다.

선명한 이미지에 쓸쓸함과 고독의 정조를 함께 담아낸 것이다.

시와 영화를 한 데 겹친 것 같기도 하다.

표제작인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에서는 죽음의 모티프를 탐미적으로
그려낸다.

화자인 "나"는 커피마니아의 모임인 커피삼음회장 심병삼이 자살한
뒤 회원들의 무덤덤한 태도에 충격을 받고 먹던 우동을 토한다.

한번 흘러가면 다시는 만회할 수 없는 흉터같은 사랑을 강렬한 영상으로
그린 작품이다.

실존과 자아의 근원을 찾는 그의 작업은 "레몬트리(Lemon Tree)"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최면술사를 등장시켜 인간의 내면에 잠겨있는 "그늘"을 들춰낸다.

그는 귀화식물을 소재로 한 "내 가슴으로 혜성이 날아들던 날 밤의
이야기", 죽음의 의미를 더욱 깊게 파헤친 "이미 어둠의 계보를 알고
있었다"에서도 끊임없이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그의 작품은 자신과 외부세계의 무늬를 한 몸에 응축시킴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깨달음을 얻게 한다.

문학평론가 강상희씨는 이를 "은유의 수사학"이라는 용어로 해설하면서
"외로움이 한갓 특별한 이유 때문에 찾아드는 심리 상태가 아니라
인간과 세계의 밑그림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더욱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