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세제, 사회
보험 등 각종 법규에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연봉 8천만원이상 40%)이 불로소득인 부동산 양도소득
세와 같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들에게 더 불리한데다 노동관계
법에는 연봉제를 가로막는 요인이 적지 않다.

6일 관련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근로자 1백인이상 사업장 가운데 연봉제를
도입한 기업이 6백49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96년말 94곳에 불과하던 것이 2년새 7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가 생산성 업무능력 등에 따라 연봉을 정하는 게 아니라
월급과 상여금을 합쳐 12개월로 나눠주는 "절름발이 연봉제"를 도입한 수준
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연봉제가 도입된 3급이상 공무원도 봉급체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세제의 경우 정부는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작년에 양도세를 30~50%에
서 20~40%로 낮췄으나 근로소득세율(10~40%)은 그대로다.

근로소득세는 이자소득세(24.2%)나 자영업자들이 무는 사업소득세(필요경비
공제 후 실효세율 10%선)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많이 버는 사람에게서 세금을 많이 떼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득을 제대로 파
악할 수 없는 사업소득자나 불로소득자에 견줘 직장인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
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억대연봉을 받는 영업직원들이 세금 때문에 사업소득세
를 무는 투자상담사로 전직시켜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연간수입 1억원인 직원은 이것 저것 공제받아 봐야 세후 7천만원정도에 불
과한 데 투자상담사는 세금이 1천만원도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에서는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할 때 "세후 얼마"식으로 연봉을 제
시한다.

사회보험은 더 문제다.

국민연금은 4월부터 직장인의 부담이 3%에서 4.5%로 인상됐는데 연봉 3천6
백만원 이상이면 무조건 가장 높은 45등급으로 분류돼 월 16만2천원을 뗀다.

의료보험은 본봉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물리므로 상여금을 합산한 연봉으로
급여를 받으면 보험료 부담이 더 늘어난다.

이와함께 근로기준법은 종전 연공급에 관한 규정만 있어 연봉제를 실시해도
시간외수당 연월차수당 등 따로 계산하고 지급해야 할 수당이 많다.

기업들이 연봉제를 꺼리거나 "무늬만 연봉제"를 실시하게 되는 이유다.

연봉제를 추진중인 금감원 관계자는 "연공급에서 연봉제로 넘어가는 과도기
여서 도입에 애로가 많다"며 "달라진 현실을 반영치 못하는 각종 법규의 개
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