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국민회의 의원이 또다시 후원회 개최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오는 23일께 후원회를 열기로 잠정 결정했지만 주위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태산이다.

김 의원의 측근들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후원회 일정을 잡고도
두 차례나 연기한 터라 더 이상 미루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야당시절인 지난 96년 후원회를 연 이후 3년동안 후원행사를 열지 못해
곳간이 텅비어 의정활동에 필요한 인쇄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김홍일 의원은 지난해 5월 행사일정을 잡았으나 언론의 "우려섞인 질책"을
받고 "행여 아버님에게 누가 될지 모른다"며 후원회를 취소했다.

지난 4월에도 후원회를 열려 했지만 "가뜩이나 의원들의 후원회가 많은데
대통령 아들까지 후원회를 열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쳐 무산
됐다.

번번이 후원회를 계획했다 취소하니 지난해말 새로 후원회장을 맡은 은사
조영식 전 경희대 총장의 얼굴을 보기도 민망하게 됐다.

김 의원은 홀수달에는 건설교통에 관한 정책자료집을 내고 짝수달에는 정책
세미나를 여는 등 남못지 않게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엔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자신의 저서 "세계를 향한 지방자치"의
중국어판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중국의 왕충위 국무원 비서장과 댜오위타이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CDMA
(부호분할다중접속) 방식의 이동통신사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냈다.

김 의원이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기에는 국회의원 세비로턱도 없이 부족
하다고 한다.

한 측근은 "믿을지 모르지만 지난달 정책자료집을 낼때는 인쇄비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달중에 "환경과 건설"이란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 예정이지만 재정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털어 놓았다.

장남으로서 아버지와 함께 민주화투쟁이라는 고난의 길을 걸어온 김 의원은
주위의 우려섞인 눈총조차 국민의 뜻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
이다.

특히 그에게는 과거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저지른 전횡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아들"이기에 후원회를 여는 문제 하나에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