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앞바다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으로 프랭크톤이 풍부해
갖가지 바닷고기가 잡힌다.

비금도 인근에서 강달어가, 임자도 근해에선 새우와 멸치가, 가거도 부근
에서는 조기 갈치 병어가, 우이도 근해선 꽃게가, 흑산도 부근에서는 삼치
고등어 홍어가 잡힌다.

특히 흑산도에서 나는 홍어는 옛부터 제일로 쳤다.

홍어는 속담에도 있드시 썩여야 제맛이 난다.

입안을 톡쏘는 알싸한 맛과 역한 냄새는 독특하다.

그래서 맛을 아는 사람들은 물좋은 홍어보다 썩인 홍어를 찾는다.

썩이려면 홍어를 짚이나 두꺼운 종이로 싸서 오지항아리에 넣고 밀봉한뒤
두엄속에 묻거나 부뚜막위에 놓아두거나 하여 사흘쯤 묵힌다.

썩인 홍어는 회를 떠서 되지고기 편육과 함께 신 김치에 싸서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탁주를 곁들여 마시면 더더욱 맛이 좋다.

홍어 편육 김치 세가지를 탁주와 먹는다하여 "홍탁 삼합"이라 부르는데
홍어요리중 으뜸으로 꼽는다.

가늘게 채를 친 무우와 길쭉길쭉하게 썬 미나리를 홍어에 섞어 무쳐 회로
먹거나 양념을 한 홍어를 무우와 함께 쪄서 찜으로 먹기도 한다.

회를 쳐서 고추장에 양념을 하고 냉면국수에 얹여 맵게 비벼먹어도 맛이
난다.

홍어의 창자에다가 보리순을 넣고 된장을 풀어 끊인 홍어애국은 속풀이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살속에 요소성분을 많이 지니고 있는 홍어는 썩힐때 요소가 분해되며
암모니아를 만들어 코를 자극한다.

홍어에서 특히 맛있는 부위는 크게 세곳.

톡쏘는 맛이 나는 콧잔등살, 잘근잘근 씹히는 날개 부위, 고소한 맛이 나는
창자 등이다.

암놈이 숫놈보다 맛이 더 있다.

홍어는 원래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주로 잡힌다.

그런데 해수 온도가 변한 탓이지 요즘 흑산도에 홍어가 몰려와 지난해에
이어 풍어라 어민들이 콧노래를 부른다 한다.

흑산도 홍어는 지느러미에 가시가 있고 몸빛이 보다 검붉고 살이 단단하고
차지다.

뾰족하게 솟아난 코부분을 둥글게 구부려보면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맛을 즐기기에 앞서 구별법을 하나쯤 기억해 두면 어떨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