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커드 파이퍼(컴팩), 론 앨런(델타항공), 질 아멜리오(애플), 로버트
스템펠(GM), 존 에커스(IBM)...

모두 실패한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이다.

각자의 회사에서 잘 나갔으나 어느날 갑자기 쫓겨났다.

기업실적이 그렇게 나빴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간에 쫓겨났다.

미국 경영전문잡지인 포천은 최신호(6월21일자)에서 CEO들의 실패요인을
분석한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포천은 CEO들이 쫓겨난 대표적인 요인으로 알려진 비젼부재나 실적부진은
겉으로 드러난 "구실"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실패한 CEO들의 공통적인 진짜 요인은 <>사람을 편파적으로 대하고
<>정책결정.집행과정의 정체가 심하고 <>자신은 물론 주요 핵심포스트를 한
사람에게 장기간 맡긴 점이라고 포천은 결론짓고 있다.

편파적인 직원관리는 "맹목적 충성심"이 기업문화가 되도록 한다.

GM의 로버트 스템펠이 대표적이다.

그는 CEO로 있던 90년대초 로이드 레우스를 사장에 앉혔다.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로이드와 어깨동무를 했고 아예 "내 귀여운
로이드"란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직원들은 로이드를 경원시했고 그의 말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회사의 손실이 커지면서 이사회는 로이드와 함께 스템펠까지
해고시켰다.

로버트 앨런(AT&T) 로버트 퍼거슨(컨티넨털항공) 마이클 밀스(필립모리스)
딘 분트록(웨스트) 등이 쫓겨난데는 사람관리의 실패란 공통점이 있다.

정책결정과 집행은 신속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경영환경이 촌음으로 바뀌는 인터넷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캠팩의 에커드 파이퍼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 언론들은 그에게 전략과 비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임자인 벤 로젠은 "우리에겐 확고한 비젼이 있었다"며 "단지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정체가 심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과정상의 정체는 CEO가 한 회사를 오래 맡는 경우에 종종 일어난다.

그들은 왜 토론하는가하는 이유를 자주 잊어버리고 1백%의 합의를 끌어내려
한다.

아놀드 랭보(캘로그) 로버트 팔머(디지털이큅먼트) 질 아멜리오(애플) 등이
물러난데는 이런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실패한 CEO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한결같이 장기경영을 해왔다는 점이다.

자신도 그랬지만 주요 직책에 한사람을 너무 오래 앉혀두었다.

NBC를 13년동안 경영한 로버트 라이트는 데니스 댐머맨을 14년동안
최고재무책임자로 데리고 있었다.

GE메디컬의 존 트라니는 11년간 CEO로 일하면서 부회장등 주요 부문담당자를
거의 교체하지 않았다.

결국 CEO들이 물러나는 것은 장기경영으로 사람관리에 편파적인 사심이
개입되고 이로 인해 회사의 경영프로세스에 정체가 생기기 때문인 셈이다.

포천은 이런 요인들로 인해 위기에 처해있는 현직CEO들을 열거했다.

게리 디카밀리오(폴라로이드) 폴 파이어맨(리복) 질 바라드(매텔) 데시
데시몬(3M) 제리 샌더스(AMD) 등이 그들이다.

회사이익이 크게 줄고 주가가 곤두박질쳤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내일을
기다려달라"는 주문만을 연발한다.

진짜 요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에 성공한 CEO들에게도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이들에게 배워야 할 점은 <>사업분야와 이익창출메카니즘에 대한 깊은
이해 <>인재를 키우고 팀을 이끄는 능력 <>정보를 나눌수 있도록 하는
조직적 관리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는 강한 지적호기심 등이다.

< 박재림 기자 tree@ >

-----------------------------------------------------------------------

< CEO의 자기진단 5항목 >

<>당신의 업적은 양호한가(과거 실적및 1~2년후의 경영목표에 대한 신뢰도)
<>업무수행의 기본에 충실한가(시장 파악, 종업원및 고객과의 직접대화,
회사내부 목소리 경청 등)
<>회사의 나쁜 소식이 정기적으로 보고되고 있는가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나(CEO에 대한 평가, 시장상황과 향후계획에
대한 정보요구 등)
<>자신의 팀이 불만을 품고 있나(보통 직속부하들이 농뗑이를 부리면 CEO의
실패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이중 2개이상에서 "아닌것 같다"면 위험신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