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티파니, 이탈리아의 불가리, 프랑스의 카르티에와 쇼메 그리고
반클리프.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5대 귀금속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그동안 티파니와 카르티에로 양분되던 ''주얼리 브랜드 시장''에 지난 3월
불가리가 뛰어 들었고 쇼메가 하반기 오픈을 선언했다.

여기에 현재 면세점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반클리프도 조만간 내수시장에
참여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 귀금속 시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저마다 인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유명 인사들이 자신
들의 고객이었음을 자랑한다.

또 오랜 역사와 확고한 디자인 철학을 지닌 세계 최고의 보석임을 주장하고
있어 지켜보는 이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보석전쟁"에 실질적으로 불을 댕긴 쇼메는 2백20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브랜드.

회사명을 쇼메로 등록한 때는 1907년이지만 첫 시작은 나폴레옹등의
보나파르트 왕가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쇼메 하우스의 설립자인 니토트(Marie-Etienne Nitot)는 나폴레옹과 그의
왕비인 조세핀, 마리 루이스의 전속 보석 세공사로 활약했다.

그는 나폴레옹 신화를 완벽하게 형상화시킬 수 있는 인상적인 보석으로
황제에게 신임받았다.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나폴레옹의 검과 왕관, 왕비들의 장신구들 모두가
니토트에 의해 디자인된 것들이다.

1800년대에 이르러 유럽전역과 미국등지에까지 명성을 떨친 쇼메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레이첼과 최고의 문호 발자크가 애용해 더욱 유명해졌다.

티파니는 톱클래스의 보석시장에서 거의 유일한 비유럽권 브랜드다.

1837년 당시 25세였던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미국 뉴욕에 최초의 매장을
오픈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중산층 사이에서는 빅토리아 시대 유럽귀족들의 고상한 취향과
매너, 부유함을 동경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나 티파니는 다른 브랜드처럼
유러피안 스타일의 보석디자인을 따라가지 않았다.

찰스 루이스 티파니의 예상대로 이 브랜드에서 새롭게 제시한 아메리칸
스타일에 미국 중산층은 매료돼 버렸다.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도 티파니는 상류사회와
행복의 상징물로 쓰였고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부부를 비롯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보석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다이아몬드를 가장 빛나게 한다는 육지세팅 기법은 티파니만이 할 수
있는 보석가공법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브랜드 불가리는 그 기원을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하던 은 세공업자
에게서 찾는다.

그리고 그들의 후손인 소티리오 불가리가 19세기 중반 이탈리아로 이주,
1884년 로마 시스티나 거리에 첫 매장을 오픈하면서 지금의 불가리가 시작
됐다고 한다.

불가리는 프렌치 스타일과 대비되는 독창적이고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유명
하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조각을 연상케 하는 장중한 스타일과 과감한 색상대비로
보석세공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시계의 고전이 된 불가리시계와 투보가스, 스피가 라인 등에서 이런
디자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왕위를 버린 세기의 사랑으로 유명한 윈저공 부부.

그리고 그들이 애용하는 보석으로 알려진 카르티에는 프렌치 스타일을 대표
하는 보석 브랜드다.

웨일스 왕자로부터 "보석상의 왕이요, 왕의 보석"이라는 칭송을 받을 만큼
유럽왕실과 각별한 관계를 가져왔고 각국의 대관식에 쓰이는 왕관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카르티에는 많은 컬렉션을 갖고 있지만 그중 루이 카르티에가 프랑스 시인
장 콕도를 위해 만든 삼색링반지는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제품이다.

이 반지는 각각 우정과 충성, 사랑을 상징하는 화이트 골드, 옐로 골드,
핑크 골드의 세가지 밴드가 어우러진 디자인다.

또 1969년 영화배우 리처드 버튼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생일날 선물한
62.45캐럿 반지도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이 반지를 보려고 수천명의 뉴욕시민이 카르티에 부티크로 몰려들었고
이후 이 매장은 "버튼-테일러"부티크라 불리는 일화를 남겼다.

귀금속업계 관계자들은 이외에 롯데상사에서 수입해 면세점에서 판매중인
프랑스 브랜드 반클리프 앤 아펠즈도 곧 내수시장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롯데상사측은 "반클리프 본사가 내수시장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업계는 이같은 설명이 표면적일뿐 내수판매 시작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