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교대 강남 역삼 선릉 삼성역에 이르는
서초로와 테헤란로.

강남 최대의 오피스 거리다.

얼마전부터 이곳은 "소프트웨어 코리도(SW Corridor)"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웬만큼 알려진 SW업체는 모두 이 지역에 몰려 들어 대규모 SW타운을 형성
하고 있는 것.

서초역에서 검찰청 방향으로 약 2백m를 걸으면 나오는 흰색 5층 석조건물.

마침 점심시간.

건물밖 1층 계단에는 종이컵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는
캐주얼 차림의 20대~30대 젊은이들이 눈에 띈다.

이 건물의 공식 명칭은 "소프트웨어 벤처프라자".

98년5월 지정된 서울시 벤처집적시설(일명 벤처빌딩) 1호 건물이다.

여기엔 모두 6곳의 정보통신 관련업체가 모여 있다.

건물 전체가 작은 연구단지인 셈이다.

이 건물 안에 들어가면 어느 사무실에서나 PC 모니터 앞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젊은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벤처드림을 일구는 소프트웨어 코리도의
주역들이다.

사무실 구석에는 예외없이 야전침대가 놓여있다.

건물주는 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라는 직원수 1백30명 매출규모 2백억원에
이르는 국내 1위 인트라넷 그룹웨어 업체다.

91년 직원 7명으로 출발한 벤처기업으로 지난해 일본 아마다그룹과 3년간
1천5백억원어치의 SW를 수출키로 계약했다.

SW수출 사상 가장 큰 규모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에 지사를 설치,곧 미 국방부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같은 건물 3층에는 지리정보시스템(GIS) 전문업체인 넥스텔(대표 김성현)이
있다.

얼마전 미국에 GIS프로그램 "넥스트 맵"을 수출했고 실리콘밸리에 지사도
두고 있다.

인터넷 보안솔루션업체 아이빌소프트,반도체 부품업체 INC테크놀러지도
소프트웨어 벤처프라자 가족들이다.

핸디소프트 경영기획실 강찬규과장은 "SW업체와 관련단체가 밀집해 있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언제든 쉽게 만날 수 있다는게 이 지역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한다.

이 곳 벤처기업 사람들은 10분~30분이면 서로 오갈수 있어 정보가 항상
살아 움직이듯 흐른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매주 수요일 갖는 "동네 친구들" 점심모임 멤버다.

주변 SW업체 종사자 4~5명이 모이는 자리로 국내 SW업계의 새로운 얘기는
늘 이 모임을 통해 가장 먼저 듣는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양재동 방향으로 약 3백미터 내려가 있는 서초동
우성아파트 사거리.

이곳에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으로 유명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비롯해 9개 업체가 둥지를 튼 10층짜리 우영벤처타워가 있다.

안연구소는 95년 서초역 부근에서 출발, 남부터미널을 거쳐 지금의 사무실로
온 이 지역 토박이.

같은 건물 6층에는 ISDN(종합정보통신망) 단말기제조업체 디지텔
(대표 이종석), 10층에는 방송장비와 애니메이션 제작 SW업체인 니트정보통신
이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 임대료는 평당 1백80만원.

주변 다른 건물은 2백20만~2백50만원에 이른다.

벤처기업들을 불러 모은 요인이다.

한 건물 식구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PC에 바이러스문제가 생기면 바로 3층 안연구소에 문의하고 5층의 JK텔레콤
과 거래도 한다.

여기서 1백여m 떨어진 곳에는 국내 1호 대학생 벤처기업으로 손꼽히는
비트컴퓨터의 사옥도 있다.

강남구에는 7개, 서초구에는 모두 9개의 벤처빌딩이 있다.

서울시에 모두 33개인 벤처빌딩 가운데 절반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지원센터도 2개가 이곳에
있다.

교대역 부근 서초센터에는 모두 35개 업체,강남역 옆 강남센터에는 15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이곳이 SW업체들이 대거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통신인프라다.

이 지역에는 제일생명 사거리에서 강남대로를 따라 양재역까지, 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삼성역까지 대용량 광케이블이 깔려있다.

이 광통신 가입자망을 통해 ISDN과 ADSL등 필요한 초고속 통신서비스를
싸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강남센터에 입주해있는 필기인식SW업체 오픈와이즈의 지대훈사장은 "사무실
임대료와 인터넷 사용료를 합해 한달에 45만원만 내면 돼 주변 다른 건물보다
2백만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