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투자박람회는
올들어 지구촌에서 개최된 경제관련 행사중 가장 주목받는 빅 이벤트라고
해야할 것이다.

특히 상품이 아닌 "사업"을 매매하는 초대형 투자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기업과 지자체등 62개 기관이 1천90여건의 매물을 내놓은 우리나라를 포함,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국에서 합계 1천5백건의 기업과 프로젝트를 투자자
들에게 선보이고 있으니 투자올림픽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2천3백여명의 투자자가 박람회에 참가해있고 첫날 하루에만도
여러건의 대형 계약이 성사됐다는 얘기는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물론 불과 나흘간의 일정으로 수치화된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투자자들과 M&A 전문기관들이 대거 서울을 찾은 만큼
박람회장에서의 탐색전이 앞으로 당사자들 간의 구체적 협상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와 아시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열기를 북돋워갈 것으로 기대된다.

때마침 우리나라가 IMF구제금융을 신청한지 1년6개월이 된 시점이고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박람회는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11월 APEC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이고 그만큼 아시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기획물로서의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

물론 당시만 해도 박람회 형식의 대규모 기업매각이 자칫 아시아 기업들의
저가투매(fire sale)를 초래하지나 않을까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결과적으로 박람회 개최시기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하겠다.

더욱 우리의 관심을 끌고있는 것은 부대행사로 열리고 있는 각종 투자세미나
들이다.

윌버 로스 로스차일드 회장이나 클라우드 스마자 WEF 대표등 관련 전문가들
이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 환경에 대한 보다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부 규제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상존하고 기업 경영구조도 보다 투명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이들의 지적은 우리경제의 장기적인 구조개혁과도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훈수들이라 하겠다.

어떻든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박람회가 단순한 기업세일 이벤트로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아시아국들이 "IMF 이후의 장기비전"을 설계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