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할 수 없다"는 강봉균 재경부장관의 발언에 이어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이 또 5대그룹의 새로운 사업진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 장관과 이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의 대기업정책방향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우리는 대기업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부채비율을 낮춰 금융비용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라
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상황과 강 장관 등의 발언을 지켜보면서 매우 미묘한
점에서 정부의 대기업정책에 대한 우려 또한 갖게 된다.
"5대그룹 신규사업 불가방침"이 LG 등이 참여했으나 유찰된 대한생명 1차
입찰이후 되풀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우선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LG가 대한생명 인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은 이미 오래전
부터다.
왜 1차입찰에 참여할 때까지 아무말이 없다가 지금와서 제동을 거는지
의문을 갖게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대한생명을 LG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인수시키기 위해 5대그룹 신규
사업 불가방침을 들고 나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수하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었다면 5대그룹은 1차입찰참여도 못하게
하는 것이 차라리 모양이 더 좋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불필요한 억측이 나올
소지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특혜를 주는 것도 있어서 좋을 일이 아니지만, 큰
것의 반발하기 어려운 취약점에 편승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자의적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5대그룹에 대한 정책이 그런 양상은 아닌지 정책당국자들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부채비율을 줄이지 않은채 새 사업에 진출해선 안된다"는 말과 "새 사업
진출은 부채비율 2백%를 전제조건으로 해야한다"는 얘기는 성격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강 장관과 이 위원장의 발언은 전자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확대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는 문제점이 있다.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신규사업진출에 마저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5대그룹의 신규투자가 되살아나야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재무구조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 지속돼야겠지만, 대기업들의
투자분위기를 살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좀 더 신중하고 세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