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의 곽상경 위원이 돌연사퇴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국은행측은 곽 위원이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을 맡기위해 사표를 제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 금통위원이 금통위의 역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다가
중도하차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평가가 어떻든간에 금통위가 아직도 "통과위"에 그치는등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곽 위원의 사표는 금통위가 3일 6월중 통화정책방향을 논의하기에 앞서
제출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금통위의 위상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

곽 위원은 지난해 4월 대한상의 추천으로 임기 4년의 금통위원에 임명된지
1년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 위원이 이처럼 임기중에 사퇴를 표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행 안팎에 충격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곽 위원은 2일 휴가를 냈으며 6월중 통화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열리는 금통위 정례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통보했다.

금통위 사정을 잘아는 이들은 곽위원이 통화정책에 대한 금통위의 결정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곽위원은 지난 5월 통화신용정책을 정하기에 앞서 언론사와의 인터뷰
에서 노골적으로 금리를 더 낮추는게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최근에도 모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금리 추가인하를 거론하기도 했다.

곽위원은 금리인상에 무게를 뒀던 다른 금통위원들과 상당한 마찰을
빚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표파동은 금통위 위상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금통위가 제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생기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금통위는 금리정책에 대해 최종결정을 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나 그동안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금통위가 금리정책을 정하기에 앞서 청와대 재경부가 방향을 잡아주는게
관례였다.

또 금통위가 일부 한은 출신 위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은 상당한 좌절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곽 위원 사퇴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게 주변의 시각이다.

3일 열리는 금통위가 과연 어떤 금리정책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