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경쟁력 있는 신기술을 확보하고 상품화
하는가에 있다.

벤처기업이란 항상 새로움을 요구하고 기술력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연구비용을 투자해야만 가능하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상품, 새로운 경영기법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땀의 대가이며 인내의 소산인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그 노력에 따른 보상를 위해 특허제도를 만들어 해당
상품의 제조 및 판매에 대해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또 한국은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을 제정해 특허권을 가진 업체는 벤처기업으로
우대하기도 한다.

일단 첨단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를 따낸 사업가는 성공을 예감한다.

그 이유는 주로 두가지다.

첫째, 특허가 사업의 독점성을 보장해 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둘째, 정부가 기술력과 사업성을 공인했다는 자신감에서다.

세계 발명사를 살펴보더라도 특허를 통해 하루 아침에 부와 명예를 얻은
경우가 참으로 많다.

노벨상을 제정한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기업가였던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나마이트의 발명으로 전세계의 특허를 획득해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었다.

또 그라함 벨은 전화를 발명함으로써 하루아침에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에디슨은 전구 발명으로 오늘날 세계적 대기업으로 군림하는 제너럴
일렉트릭사(GE)의 기초를 닦았다.

이런 성공담은 먼 옛날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특허로 성공한 기업은 국내에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으리만큼 많다.

특허왕국으로 불리는 텔슨전자는 특허출원 20건을 비롯해 총 61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하면서 창업 7년만에 연간 매출액 7백억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5월 발명의날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삼화기연은 81년 창업 이후 40여종
6백여 품목을 개발하면서 전동기분야의 대표적 벤처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어학 학습기인 닥터위컴으로 유명한 서부산업는 도산 직전 특허기술로
기사회생했으며 메디슨이나 미래산업도 특허기술의 개발로 급성장한
기업이다.

이밖에 고주파 부품업체인 KMW, 통신장비 전문회사 기산텔레콤, 교량부품의
선두주자 KR 등도 특허기술의 개발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벤처기업이다.

이런 까닭에 많은 발명자들은 자신의 상품이 특허 상품임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또 널리 광고도 한다.

특허가 도깨비 방망이처럼 성공을 보장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런 생각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현실과
거리가 멀다.

특허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특허를 받은 발명중 상품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20%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사업적 성공까지 가져다주는 특허는 전체의 10% 수준이다.

특허의 심사기준이 산업 적 이용가능성, 신규성, 고도성 등이지만 특허권의
취득은 특허청의 기술적 판단일 뿐 사업적 성공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특허를 취득한 발명가 가운데 부와 명예를 양손에 거머쥐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신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를 받더라도 성공을 꿈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많은 발명가들은 특허가 두 얼굴을 가진 요괴와 같다고 말한다.

한쪽은 천사의 얼굴이고 다른 한쪽은 악마의 얼굴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허의 장점만을 보고 특허가 갖는 함정을 간과한다.

특허에 대한 맹신으로 무턱대고 사업에 손을 댔다가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특허기술이라도 사업화에 앞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

신기술을 개발하여 특허권을 취득했더라도 시장성, 기술성, 생산성, 공익성
및 정책성에 대한 평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특허기술은 날카로운 칼날과 같아서 성장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이긴 하지만 때로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은 갖되 과신은 금물이다.

< 광운대 창업지원센터 전문위원.엠케이컨설팅 대표
stealth@daisy.kwangwoo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