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일 귀국 기자회견 자리에서 "옷 로비" 사건과 관련,
"마녀 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김태정 법무장관의 즉각적
경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단호한 입장을 한 여론조사로 대신했다.

김 대통령은 "(마녀사냥식으로) 대통령이 인사를 하면 후환을 남길 것"
이라며 그 이유도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또 "투명하게 유리속을 들여다보듯 조사해 책임있는 사람은
지위 고하나 친소관계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김 장관 문제는 공명정대하게 다룰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통령이 김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에도 불구, 이날 이
사건을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김 장관을 즉각 퇴임시킬 경우
앞으로의 정국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결정이라는게
정가의 분석이다.

개혁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지금 자진 사퇴로 몰아가는 여론에 흔들려
인사기조가 바뀔 경우 앞으로의 정책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반영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이 사건 발생후 정치권과 여론의 집중 비난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의 경질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한 것도 대통령의 이런 의중을 잘
파악한 결과라는게 정가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한채 김 장관을 유임시키려는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표명했다.

그동안 김 법무장관의 자진사퇴를 유도해온 국민회의측은 겉으로는 합리적
인 결정이라며 순응 하면서도 대통령이 청와대측의 손을 들어준 결과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분석, 잘못된 점을
일일이 지적했다.

"마녀사냥식 판단이 돼서는 안된다"는 발표와 관련, "결과를 예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지울수없다"고 논평했다.

"김 법무장관 부인은 혐의가 없다"는 식의 검찰수사 결과를 미리 보고 받고
김 장관을 보호해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주장은 "우선
검찰수사가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시말해 장관부인의 진술이 왔다갔다 하는데다 "면죄부용 수사"가 진행
되는 지금 그 결과를 판단의 근거로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또 대통령이 제시한 여론 조사 결과도 국내 비난 여론의 체감
지수와 거리가 먼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저녁 열린 송파갑 재선거 정당연설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강도 높게 부각 시킨후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김 법무장관의 퇴진은 물론 "사직동팀"의 불공정성
등을 문제 삼아 사정의 핵심 라인에 있는 청와대 김중권 비서실장과 박주선
법무비서관에 대한 비난 공세도 높여 나갈 방침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공식 논평은 자제했다.

하루전 김 대통령이 몽골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즉시 김 장관 자진 사퇴론의 꼬리를 내린후 아 으로의 추이에 온통
신경을 모으고 있다.

또 청와대측이 김 장관을 과잉 옹호,사건을 확대 시켰다는 비난도 이날
자취를 감췄다.

일부 당직자들은 "국민회의가 공식적으로 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 적은
없다"며 발뺌했다.

오히려 대통령 부재중 당과 청와대간에 불협화음이 보여준데 대한 문책이
있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물론 김 대통령이 청와대편에 서는 것에 대해 불만도 없지 않으나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4자회담이 끝난뒤 김영배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은 김 대통령과 10여분
동안 단독 밀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정국 수습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회담을 마치고 서울 북아현동 자택으로 돌아온 박태준 총재는 "이날 회의는
대통령의 순방성과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옷 로비사건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전했다.

박 총재는 "옷 사건"으로 재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하자
김 대통령은 공감을 표시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이날 김태정 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검찰조사를 받고
귀가할때 김 장관의 동생을 연씨로 위장해 취재진을 따돌리 사실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책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