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5대그룹이 확실하고
충분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채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LG가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대한생명 매각을 주도해온 이 금감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달 25일
강봉균 재경부장관이 언론사 경제부장단 오찬에서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구조조정 안한 재벌에겐 못주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임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이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대한생명 매각 =5대그룹은 빚을 잔뜩 얻어다가 외형성장을 추구하고
상호지보로 부실계열사까지 끌고 갔다.

과잉 과다투자 해소 등 구조조정 노력을 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안된다.

LG가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조조정 계획을 이행할 것이란 가정만으론 안된다.

충분하고 확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작년에 현대가 기아를 인수한 것은 구조조정의 방향과 원칙이 잡히기 전에
이뤄진 것이다.

재벌이 계열사 팔아 빚을 갚고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경쟁
에서 살아남기까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 제일은행 매각협상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은 국제적으로 뉴브리지와
협상을 끝내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돈을 넣어 깨끗하게 만들어 주면 주가에 반드시 반영
된다.(회수도 그만큼 유리해진다는 의미)

뉴브리지(제일은행)와 HSBC(서울은행) 협상건은 서로 맞물려 있다.

이들과의 샅바싸움이 보통일이 아니다.

지금 상황은 작년말 MOU(양해각서) 체결 당시와 많이 달라졌다.

잘못하면 욕을 먹기 쉬운 상황이다.

뉴브리지와 최선을 다해 얘기해 보고 설득시킬 것은 설득시키겠다.

<> 5대재벌 구조조정 =외국인들이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시각이 좋지 않은
듯하지만 실제 만나서 설명하면 대개 이해한다.

이들에게 재벌구조조정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정부가 양보하지 않는 한 변함없다.

은행과 맺은 약정을 이행안하면 제재하겠다고 세계적으로 선언했다.

그래도 경기가 좋아지면 재벌들이 회피할 것이란 염려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에 대비해 글로벌 경쟁체제로 바꿨고 M&A도 다 터놓았다.

LG SK 삼성 현대 등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대우는 큰덩어리(조선) 때문에 느리게 보일수 있지만 굉장히 애쓰고 있다.

대우는 조선사업을 일본과 제휴하는 것을 한일간 설비조정의 효시로 본다.

그러나 일본에선 한국과의 제휴가 자체설비의 정리를 의미한다.

일본은 고용과 협력업체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해 여의치 못하다.

<> 자본시장 육성 =금융시장에서 은행문제는 대강 해결된 상태다.

앞으로 자본시장쪽에 관심가져야 한다.

불공정거래는 부단히 감시한다.

과거처럼 방심했다간 큰일난다.

대형 투신과 뮤투추얼펀드는 정상적으로 시장에 안착할때까지 1년 열두달
쉬지 않고 감시하겠다.

은행은 제도적 기관인데 반해 펀드는 곧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이 덜 커질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안정을 담보로 감시를 게을리 할 수 없다.

금감원과 증권거래소에 이원화된 감시체제를 굳이 일원화할 필요는 없다.

막연하게 법에 규정하는게 아니라 미국처럼 각종 불공정 유형에 대한
대처방안을 만들어갈 것이다.

<> 사적연금제도 도입 =자본시장이 크려면 사적연금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미국의 사례처럼 뮤추얼펀드는 도구에 불과하고 사적연금이 진정한 의미의
기관투자가로서 자본시장을 살찌운다.

국내 퇴직금제도를 사적연금형태로 바꾸도록 보험시장과 연금시장에 대해
올해 철저히 연구하겠다.

내년부턴 사적연금을 본격 도입하겠다.

미국에선 직종 또는 기업 단위로 사적연금이 활성화돼 있다.

미국 교원들은 연금가입후 자기몫에 대해 운용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

이런 연금들이 기관투자가로서 증시를 안정시키고 공적연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사회안전망 기능도 수행한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