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통역사 연극배우 영화배우 방송MC 라디오DJ.

배유정(35)씨의 직업이다.

"다재다능"이란 말 그대로다.

국제회의장, 무대, 방송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만도 "출발!모닝와이드" "배유정의 음악살롱"
"터놓고 말합시다" 등 세가지나 된다.

"원래 욕심이 많은데다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예요. 벌여놓은
일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죠"

동시통역사로 명성을 날리던 그가 다른 세계로 눈길을 돌린 것은 가슴 속의
끼를 발산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학문적 관점에서 연극을 제대로 공부해보기 위해 연극영화과에 학사편입했던
그는 아예 직접 무대에 올라설 결심을 했다.

92년 "안네프랑크의 장미"를 시작으로 지난해 "햄릿"의 오필리아 역까지
10여편의 연극에 꾸준히 출연했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에서는 안성댁을 맡아 스크린까지 발을 넓혔다.

"역시 좋아하는 일은 열심히 하게 마련이더군요. 물론 본업인 동시통역도
중요한 일이죠. 벌써 국제회의 통역만 5백회가 넘었어요"

그는 여성의 사회 활동에 관심이 많다.

특히 고학력인 우리 나라 여성들이 가정에서 재능을 놀리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워 한다.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가해 보면 고위직 공무원중에서 여성들의
비중이 아주 높은 것에 놀라곤 해요. 반면 우리나라는 넥타이 부대가
앞자리를 독차지하고 있죠. 여성 인력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좀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어요"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