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돌아온 K씨.

아파트 문앞에서 "열려라"고 말하자 미닫이식으로 된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K씨는 현관에서 ''에어 워시 시스템''을 작동,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살균했다.

거실로 들어선 K씨가 이번엔 "거실조명"이라고 말하자 샹들리에가 환하게
불을 밝힌다.

샤워를 하기 위해 거실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유리창 조절스위치를 ''반투명''
에 맞추자 거실유리창이 곧 김이 서린듯 뿌옇게 변했다.

샤워를 마친 K씨는 거실에 설치된 가상현실시스템을 통해 대형스크린을
보면서 30분간 골프연습을 한뒤 잠자리에 들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같지만 이같은 집은 멀지않아 실용화
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얼마전 서울 삼성동에 있는 주택전시관 ''하우징월드''에
이러한 첨담시설을 갖춘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선보였다.

내년초부터는 부분적으로 이런 첨단기능들이 가미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업계 처음으로 아파트에 적용한 음성인식시스템은 그동안
나온 지문인식시스템 등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과 조명기구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하나로 통신과 업무를 제휴, 서울 부산 인천에서 분양중인
1만5천여가구의 아파트와 역삼동 현대강남타워를 비롯한 서울지역 7개
오피스텔에 초고속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입주민들은 원격수업 원격진료 재택근무 전자홈쇼핑
등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현대는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에 필요한 광케이블 및 광단국장치를 단계적
으로 아파트 단지내에 설치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앞으로는 양질의 통신서비스가 분양결과를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를위해 멀티미디어 시스템에 적합한 아파트 평면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택개발부문의 사이버아파트도 화제를 모았다.

삼성은 입주자중 원하는 사람에게 영상전화기를 무료설치 해주는 등
"사이버 아파트"를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채택했다.

지금까지 고수해온 "한국형 아파트"라는 컨셉트에다 첨단의 옷을 입혀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아파트를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사이버아파트로 꾸며진 옥수동이나 돈암동 삼성아파트는 주변 아파트보다
시세도 높아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삼성은 2000년 말까지 분양하는 1만5천6백13가구의 삼성아파트를 멀티미디어
시범단지로 조성, 사이버 빌리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부산 다대 대우아파트 등 78개
아파트단지에 광통신망을 설치하고 시범서비스를 실시중이다.

전화국에서 아파트단지내 통신실까지 광케이블이 설치되는 것이다.

통신실에서 각 가정까지는 구리전화선으로 연결되지만 고속디지털
가입자회선(ADSL) 장치를 달아 8 Mbps의 고속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전화를 하면서 초고속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통신망으로 영화를 전송받아 감상할 수도 있다.

화상전화 홈쇼핑도 영상을 보면서 얼마든지 이용하고 가정에서 소규모 사업
(SOHO)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통신도 현대건설 쌍용건설 (주)부영 등 건설업체들이 서울 강남, 부산,
경기 광주 용인 김포 남양주등에 짓고 있는 아파트에 광케이블망을 설치하고
있다.

완공시기는 2000년.

이같은 첨단통신기능은 앞으로 몇년 이내에 널찍한 공간, 편리한 교통,
쾌적한 환경 등과 함께 아파트 선택의 필수조건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은 한국통신과 제휴를 맺고 지난해 10월 용인수지 1차 쌍용아파트에
광통신망과 ADSL장비를 채택키로 했다.

대림산업도 지난 4월 25일 한국통신과 아파트단지에 대한 광통신망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의서를 체결했다.

대우건설은 서울역앞 세브란스빌딩의 주택문화관(human space)에 미래주택의
모델을 전시중이다.

전시공간에는 현재형 첨단주택과 203년대의 미래형 주택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아파트와 공동주택등 주거용 건물과 6층이상 또는 연면적
3천평방m 이상인 업무용 건물을 대상으로 초고속정보통신 인증제도를
실시한다.

요건을 갖춘 건물에 대해 인증 동판을 수여하고 1~3등급으로 구분된 엠블렘
부착을 허용키로 했다.

정보통신망을 고도화하기 위한 이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사이버 주택
의 보급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