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엔 지역감정이 없어요"

순수무대예술인들이 영호남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거간꾼 역할을 자청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9월10일부터 9일간 경기도 과천에서 열리는 "마당99-과천세계공연
예술제"의 집행위원회는 "노미오와 주리애"란 이색제목의 연극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노미오와 주리애"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작품.

조선시대 말 구례와 하동의 원수집안 젊은이의 비극적 사랑을 통해 영호남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는다.

"밀양백중놀이" "진도씻김굿" 등 두 지역의 전통연희도 곁들여 지역문화의
융합을 통한 화해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무대는 두 지역의 연극인들이 함께 꾸민다.

순천의 송연근, 부산의 김경화가 힘을 합해 극본을 쓰고, 거창의 이종일,
광주의 강남진이 공동으로 연출을 맡는다.

스태프들도 두 지역에서 나란히 참여한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영호남의 신인배우가 각각 주인공인 노미오와 주리애역
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나머지 배역도 두 지역에서 활동중인 배우들이 골고루 맡아 어울린다.

연극계뿐만 아니라 음악계에서도 영호남 융합을 위한 무대를 꾸미고 있다.

전국문예회관연합회가 오는 10월까지 마련하는 "21세기 전국교향악축제"가
그 무대다.

광주 울산 목포 마산 등 영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시립교향악단이 두
지역무대를 돌며 화합과 화해를 노래하는 자리다.

정진수 과천세계공연예술제 집행위원장은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
으로 순수무대예술 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을 것"이라며 "영호남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