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씨(51.서울 양천구 신정동.가명).

그는 24년동안 다니던 은행에서 작년 2월 "희망퇴직"했다.

은행을 떠나면서 김씨가 받은 퇴직금은 2억2천3백만원.

정규퇴직금에 희망퇴직금 6천여만원이 얹어졌다.

여기서 은행대출금 등을 갚고 1억7천9백만원을 손에 쥐었다.

김씨는 은행을 떠나면서 아예 1년간은 푹 쉬기로 작정했다.

나라경제가 엉망이라 창업도, 재취업도 힘들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돈중에서 2천9백만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겨 두고 1억5천만원을
금융권에 맡겼다.

1억원은 매달 이자가 지급되는 은행정기예금(당시 금리 연18%)에 1년만기로
넣었다.

여기서 매달 나오는 이자 1백50만원으로 생활을 유지할 요량이었다.

3천만원은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샀다.

나머지 2천만원은 은행 신종적립신탁에 넣었다.

김씨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작년 하반기.

조그만 가게라도 해 볼 요량으로 정기예금만 남겨 두고 5천만원을 해약했다.

여기에다 5천만원을 빚을 얻었다.

월 2%의 이자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을 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경험도 없었고 목도 잘못 잡았다.

"개점휴업" 상태 였다.

더욱 큰 문제는 올해 발생했다.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아예 한자릿수로 폭락했다.

만기가 된 정기예금을 재예치하려니 은행이 제시하는 금리는 연 9.3%.

한달에 받는 이자가 77만5천원에 불과했다.

자리도 못잡은 터에 이자가 반토막 나버렸다.

그 즈음에 증권으로 한목 잡은 사람들이 주변에 속출했다.

귀가 솔깃해졌다.

마침 만기가 된 정기예금중 3천만원을 찾았다.

2월초 종합주가지수 550일 때 3천만원을 투자했는데 보름도 못가 1천여만원
을 날리고 말았다.

퇴직후 1년3개월이 지난 지금 김씨가 갖고 있는 돈은 1억원이 들어간
가게와 정기예금 7천만원.

여기엔 가게를 얻을때 진 고리의 빚 5천만원이 들어 있다.

이대로 가면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