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지 4년이 지났다.

중앙과 지방의 권한관계 역사를 보면 전산망의 발달과정과 비슷한 점이
있다.

영.미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발전해 왔다.

처음에 단독으로 쓰던 컴퓨터는 통신망과 연결되면서 더욱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됐다.

컴퓨터는 매우 똑똑하지만 먼 곳의 사람에게는 정보를 전해줄 수 없는
앉은뱅이에 불과했다.

통신망도 소식을 충직하게 전달하는 심부름꾼이기는 하지만 자체로는 아무
생각도 없는 멍텅구리였다.

이 두 가지가 융합해 "똑똑하고 충직한 심부름꾼"이 됐고 이것이 세상을
바꾼 "정보통신"이다.

컴퓨터와 통신망의 연결은 초기에는 중앙에 대형 컴퓨터를 두고 통신망으로
단말기를 연결해 쓰는 방식이었다.

중앙의 대형컴퓨터가 모든 업무를 통제하는 집중형시스템으로서 중앙집권형
정치구조를 닮았다.

지금도 대부분의 은행 온라인망이 이런 방식이다.

이후 성능 좋은 중형 컴퓨터들이 개발되고 단말기도 지능을 가지면서 권력이
분산되는 시스템이 나왔다.

지방자치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웬만한 업무는 스스로 처리하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만 도청이나 시청쯤에
해당하는 중형컴퓨터의 도움을 받는다.

분산처리시스템이라는 이 방식은 최근 우체국 금융시스템에 적용돼 시험중
이고 몇몇 기업전산망에도 쓰이고 있다.

인터넷의 출현은 정보통신망의 이러한 개념들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인터넷은 이용하기에 따라 지방적 국가적 세계적인 정보통신망이다.

그러면서 가장 큰 특징은 권력이 각 개인의 컴퓨터에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이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없다.

중앙이나 지방정부 없이 각 개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고대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를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직접민주제의 실현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누구나 사이버세계에 방송국을 설립하고 미디어의 주체가 되어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방송할 수 있다.

정부 사이트에 들어가 정책을 직접 비판할 수도 있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인터넷방송은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어 오보를 내도
방송국장을 해임하는 등의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실제로 현실세계의 기자들이 인터넷방송에서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가
오보로 드러나 물의를 빚은 경우도 많다.

결국 인터넷은 정보를 생산하는 개인이나 받아들이는 개인들이 각자 정보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인터넷의 권력이 각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산업사회에서 소비자는 한정된 제품정보만 접할 수 있지만 인터넷경제에서는
어느 회사, 어느 제품정보에도 즉시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유리한
위치에 선다.

따라서 소비자 개인이 무엇을 살 것인가를 결정한 후 회사가 이를 생산하고
가격결정방법과 과정도 소비자가 좌우한다.

경제의 주도권이 소비자인 각 개인에게 돌아감에 따라 기업의 마케팅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단순한 홈쇼핑 형태에서 벗어나 고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1대 1 마케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의 양방향성을 이용한 것이다.

고객은 자신이 필요한 시점에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맞춤형 마케팅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소비자가 있을 것인가.

이제 기업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외면 당한다.

인터넷으로 비즈니스를 못하는 기업이 바로 밀려나게 되는 이유이다.

소비자도 당연히 인터넷에 연결돼야 이런 서비스를 받아 "고객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인터넷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변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확보한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개인과 기업과 국가의 생존이 달려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이 지면을 통해 "컴퓨터를 켜고 사이버 세계로 나아가자"고
목 아프게 부르짖은 이유가 그것이다.

< arira@mic.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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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터넷칼럼 "웨버노믹스"는 이번 주로 끝을
맺습니다.

인터넷시대에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 이 칼럼에 대해 그동안 독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많은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