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현 사장이 걸어온 길 >

<> 1953년생
<> 7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 77년 대우전자 근무
<> 78년 소예산업 기획실장
<> 87년 소예산업 대표이사 취임
<> 89년 유모차 사업시작
<> 91년 완구생산공장 중국 이전
<> 99년 코스닥 등록
<> 좌우명 :30년 경험, 3년 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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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

지난 65년 설립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봉제완구 업체다.

이 회사가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겠다고 하자 적잖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양산업인 봉제완구 업체가 코스닥에 등록을 한다구"

하지만 소예는 지난주 성공적으로 공모주 청약을 마쳤다.

공모주 일반청약 경쟁률은 무려 1천1백5대 1.

최근 코스닥에 등록한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높은 기록이었다.

"봉제완구=사양업종"이란 일반의 인식을 보기 좋게 뒤집은 것.

소예는 사실 코스닥에 등록하기에 한점 손색이 없는 회사다.

작년 매출이 4백18억원.

IMF 위기중이었지만 97년(3백10억원)보다 매출을 35%나 늘렸다.

순이익도 24억원이나 냈다.

올해도 매출은 15% 늘린 4백81억원, 순이익은 33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주력인 봉제완구의 수출과 유모차 내수판매가 더욱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외양이 아니다.

소예의 진짜 강점은 황현 사장(46)의 경영 스타일에 숨어있다.

황 사장이 최우선으로 꼽는 경영방침은 내실경영.

실제로 이 회사는 부채비율이 52%에 불과하다.

자기자본 1백20억원에 부채는 63억원뿐이다.

이 부채도 은행 차입금이 아니라 대부분 외상매입금 등이다.

실제 빚은 거의 없는 셈이다.

기술개발에 대한 황 사장의 남다른 열정도 강점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그는 부가가치가 높은 완구를 생산하기 위해선
첨단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희미한 불빛 아래서 부녀자들이 봉제완구를 만드는 노동집약적 과거 방식
으로는 중국 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황 사장의 가족적인 경영방식도 그렇다.

어머니 이상숙 회장(69)이 창업한 회사를 물려받은 그는 회사를 하나의
가정이라고 믿는다.

"우리 회사엔 노와 사가 따로 없다. 모두가 소예 가족일 뿐이다"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직원 한사람 한사람을 친 가족처럼 대하며
"나눔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회사에 수익이 생기면 직원 복지시설을 늘릴 생각부터 한단다.

이 때문인지 소예의 노조는 지난 95년 자진 해산했다.

80년대말 노사분규로 공장가동을 2개월간 중단하기까지 했던 소예의 직원들
이 황 사장의 참뜻을 이해하면서 노조활동을 스스로 포기한 것.

물론 그에게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지난 88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그도 다른 2세 경영인처럼 "사업확장 욕심"을
부리다가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당시 기업덩치를 단기간에 키울 요량으로 한 로봇완구업체를 인수하려다
그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생돈 30억원을 날린 것.

그 이후 황 사장은 외형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안정 경영"을 고수했다.

실제 몇년전엔 케이블(CA)TV 사업에 참여할 기회도 있었지만 꾹 참았다.

"남들은 봉제완구가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절대 아니다. 외국에선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접목된 벤처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예를 한국 최고
이자 최고의 완구기업으로 만들고야 말겠다"

이 꿈을 이룬 뒤 55세까지만 회사를 맡고 이후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길 예정이라고 한다.

(0342)740-4255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