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50km 떨어진 선유도.

쾌속선으로 1시간 40여분을 달려 선착장에 닿으니 민박업소에서 마중나온
까까머리 아이의 미소가 정겹다.

끌고 온 헌 손수레에 손님들의 짐을 차곡차곡 쌓는다.

무거운 손수레를 끄는 일이 벅차건만 손님들에게 오히려 장난을 거는 여유를
보인다.

이곳엔 차가 없다.

교통수단이라곤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전부다.

여행객들은 걸어서 다녀야 한다.

단 하루라도 자동차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면 장시간 도보로 인한 피로쯤이야
오히려 행복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선유도는 60여개의 작은 섬들로 둘러싸인 고군산 열도의 중심이다.

고려때 최무선이 왜구를 무찌른 진포해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임진왜란때는 병선들의 정박기지로 이용됐던 군사요충지다.

선유도는 고군산 8경중에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섬답게 곳곳에 절경이 숨어있다.

북쪽으로 망주봉의 두 봉우리가 여성의 젖가슴처럼 우뚝 솟아 있다.

남쪽으로 무녀도, 서남쪽으로 장자도, 동쪽으론 신시도가 둘러싸여 있다.

선유도를 제대로 보려면 "선유8경" 정도는 미리 알고 떠나야 한다.

해질녘 서쪽바다가 온통 붉게 물드는 선유낙조/백사장 모래가 눈이 부실
정도로 깨끗하다는 명사십리/큰 비가 온 후 10개의 폭포가 생긴다는 망주폭포
/밤에 장자도 앞바다에서 고기잡이 어선들의 불빛인 장자어화/백사장에서
자란 팽나무가 기러기 내려앉은 모습인 평사낙안...

선유도에서 여행객을 먼저 맞는 것은 망주봉.

조선조때 유배돼 온 충신이 매일 이곳에 올라 북쪽 한양을 바라보며 임금을
생각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망주봉에 오르면 장자도와 무녀도를 비롯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은 장관이다.

1.5km에 이르는 선유도해수욕장의 모래는 곱기로 유명하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마치 비단자락을 펼쳐놓은 듯 물결이 매끄럽기까지 하다.

장자도 무녀도는 87년 현수교가 연결돼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선착장에서 5분 정도 걸어 선유교를 건너면 무당이 춤을 추는 것같은 모습
이라고 하여 이름지어진 무녀도에 닿는다.

논과 밭이 많고 한창때는 18만평의 염전이 있던 지대다.

선유도와 장자도는 아름다운 2개의 아치형 다리로 연결돼 있다.

오후 6시쯤 장자교에 올라 30여척의 배들이 기러기 떼처럼 줄지어 출항하는
모습은 놓치기 아까운 장면이다.

신시도는 신라말 고운 최치원이 살았던 곳.

1856년 송곡리에 방어진이 설치됐다.

무녀도 장자도를 제외한 나머지 섬들은 모터보트를 이용해 구경할 수 있다.

독립문바위가 있는 방축도, 청둥오리 도요새 가마우지 등 물새들의 낙원인
대장도, 2백년 된 팽나무가 숲을 이룬 야미도, 낚시터로 유명한 어청도 등을
둘러보는 데 2~3시간이면 족하다.

배를 빌리는 요금이 비싼 편이나 10명 내외로 팀을 이뤄 흥정을 잘하면
10만~15만원에 빌릴 수 있다.

선유도에 아홉번째 왔다는 테마사진여행의 김종권 단장은 "바캉스 시즌에
이곳에 오면 사람이 너무 많아 대접받기 힘들다"고 말한다.

선유도에 가려면 사람이 붐비기 전인 7월중순 이전까지가 적기라는 얘기다.

< 선유도=이성구 기자 sklee@ >

[ 가는 길]

군산항 여객터미널에서 선유도까지는 쾌속선인 옥도페리를 타고 1시간40분
정도 소요된다.

군산항에서 하루 두차례(오전 8시께,오후 2시께)운항한다.

출발시간이 물 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사전확인이 필요하다.

여객선 자동안내 ARS:(0654)442-0116.쾌속선 이용요금은 편도 1만2백원
(3등실).

차는 승선이 안되며 터미널 무료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군산까지 강남터미널에서 15분 간격으로 고속버스가 운행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익산IC에서 빠져 삼례->27번국도->군산
->여객터미널로 가야한다.

[ 숙박시설 ]

7~8개의 민박업소가 있어 잠자는 데 불편함이 없다.

1인당 2만~3만원선.

대부분 모터보트 임대를 겸하고 있어 숙박비와 배 대여료를 미리 흥정해
정하는 것도 요령.

선유도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1박2일 정도는 잡아야 한다.

아침 일찍 군산항에 도착해 오전 8시께 출발하는 배를 타고 그 다음날
오전까지 머물러야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민박예약:군산시 문화공보담당관실(0654-450-4554)
선유도 어촌계(0654-465-7944)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