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날개"란 뜻의 섬 백령도.

하지만 요즘 백령도에는 검은 날개의 무리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 곳에 집단 서식하고 있는 쇠가마우지 떼의 힘찬 날개짓 때문이다.

자연 다큐멘터리의 산실인 EBS가 또 하나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2부작 "조간대의 비밀"(연출 문동현, 촬영 이윤규).

조수 간만이 되풀이되는 육지와 바다의 경계 지역 조간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지난 3월부터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쇠가마우지와 물범의 생태를
부지런히 화면에 담고 있다.

백령도 남쪽 장촌의 용트림바위.

수십m에 이르는 수직 절벽 틈마다 쇠가마우지 가족들이 마치 도심의
아파트처럼 둥지를 틀고 있다.

봄에 부화한 새끼들이 어느덧 어미 못지 않게 훌쩍 큰 모습을 자랑한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은 그리 만만치 않다.

절벽 아래로는 갈매기의 공격을 받아 떨어져 죽은 쇠가마우지의 안타까운
모습도 보인다.

제작진은 절벽에 소형카메라를 설치, 쇠가마우지의 성장 과정을 촬영중이다.

백령도는 국내 유일의 물범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쿠릴열도에서 내려온 무리가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고립됐거나 10도 이하의
낮은 수온과 풍부한 먹이때문에 원래 회유성 동물인 물범이 이 곳에 정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작진은 바위 위로 올라와 느긋하게 햇볕을 즐기고 있는 물범 무리를 국내
처음으로 근접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해안에서 1km정도 해병대 보트를 타고 접근, 카메라맨이 바위 틈에서 1시간
30분이나 엎드린채 기다린 끝에 화면에 담은 진귀한 장면이다.

하지만 1시간 가까이 계속된 물범들의 일광욕은 근처에 어선이 나타나는
바람에 황급히 끝을 맺었다.

제작진은 앞으로 백령도뿐 아니라 서해안 일대를 훑으면서 조간대의 생태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계속되는 긴 작업이다.

문PD는 "기초 자료의 부족이 육체적 고단함보다 더욱 힘든 부분"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 백령도=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