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빛은행 등 9개 은행이 러시아에 빌려준 10억달러를 떼일 처지에
놓여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91년 정부 지급보증을 받고 빌려준 돈을 받아야 할 때가 됐지만
러시아는 경제상황 악화를 이유로 갚지 않고 있다.

1차로 지난 17일 10억달러중 5억달러가 만기가 됐다.

은행들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오는 11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나머지 5억달러도 받을 길이 막막하다.

대손충당금도 쌓아야 하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은행들은 지급보증을 선 정부에 대지급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눈치만 살피는 수준이다.

개인고객이 돈을 못갚으면 당장 연대보증인의 재산부터 압류하고 나서는게
은행의 특기.

그러나 힘 있는 정부에 대해서는 속만 끓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때 차관상환 일정이 어떻게 재조정
되는지 결과를 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돈을 못 갚으면 1년6개월이내에 정부가 대지급하도록 계약서상에
명시돼 있다.

실현 여부는 더 기다려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출자를 통해 시중은행의 대주주가 된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러시아에 돈을 빌려준 은행은 한빛(한일+상업) 조흥 산업 서울 제일 외환
신한 한미 국민(장기신용은행) 등 9개 은행.

각각 1억달러에서 1억5천만달러씩 모두 10억달러다.

10억달러의 차관은 현재 원리금을 합쳐 14억달러로 불어났다.

그동안 이들 은행은 정부가 러시아에서 받은 물자를 판매해 마련한 자금중
1억달러 가량만 이자분으로 받았다.

지급보증을 섰던 정부는 이에대해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다.

27일부터 시작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러시아방문에서 차관 상환일정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지급 문제는 차후에 논의하자는 얘기다.

이번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는 이들 은행과 별도로 소비재차관으로
4억6천만달러를 빌려준 수출입은행 양만기 행장과 시중은행을 대표해 위성복
조흥은행장이 함께 한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