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25일 오후 정부부처 차관급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국가정보원의 차관급 인사를 제외하고는 5.24 개각에 따른 정부부처 차관과
차관급 외청장에 대한 후속인사를 마무리한 셈이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외교통상.법무.정보통신.농림.해양수산부 등 비교적
최근에 임명된 5개부서 차관을 제외한 모든 차관을 교체한 점이다.

선준영 외교부차관이 정부출범 초기 임명된 차관중 유일하게 유임됐다.

김중권 대통령비서실장은 "공무원 사기진작차원에서 대대적인 발탁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는 대부분 내부승진이었다.

국세.관세.병무청 등 외청장들도 내부승진에 의존했다.

외부에서 발탁한 인사는 심영섭 전국립환경연구원장 1명 뿐이었으나 심
차관도 과거 근무경험이 있어 내부승진에 버금간다는 해석이다.

김 실장은 "차관 인선의 기준은 능력위주의 발탁"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23명의 차관급 인사 가운데 승진이 19명에 달해 대규모 승진
인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김 대통령이 이같이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은 정부직제개정으로
공무원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공무원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고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공직사회를 독려해왔다.

잇따른 공공부문 개혁으로 공무원의 사기가 떨어짐에 따라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통해 사기를 진작하겠다는 듯도 담고 있다.

공무원 사기도 높이고 정부직제 개정으로 인한 고위직 공무원의 정리대상을
줄여 놓아 인사의 숨통도 터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소액비리에 대한 관용조치 검토를 지시하는 한편
공무원연금 지급과 관련해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등 공무원 사기를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김 대통령이 올들어 지속적으로 공무원 사기진작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것은 지난 1년간 추진해온 개혁을 완수하는데는 일선 공무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력으로 개혁의 큰 틀을 짤수는 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겨 국민의
피부로 개혁을 느끼게 만드는데는 일선공무원의 능동적인 활동없이는 불가능
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후속인사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천용택 전국방원장으로,박상규 중소기업
특별위원장을 관료출신으로 각각 교체한 것은 차기 총선에 출마할 정치인들
을 복귀시킨다는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

이에따라 국정원의 정치인 출신 차관급 인사도 조만간 단행될 전망이다.

이번 차관급 인사에서도 지역안배를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14개부처 차관과 국무총리비서실장, 7개 외청장 등 22명의 차관급 인사중
수도권과 호남권 인사가 각각 5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충청권 4명, 영남권 3명, 강원도와 이북출신이 각각 2명의
순을 나타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