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태가 진정되면서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아가던 중남미 경제가 다시
비틀거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평가절하설로 이 지역 주가가 일제히 폭락세를 나타내
고 있다.

중남미 경제 건실도의 "가늠자"인 브라질 레알화 가치도 흔들리고 있다.

24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의 머발지수는 4백97.42포인트로
전일 폐장가보다 2.7% 떨어졌다.

머발지수는 지난 2주일동안 17.2%나 주저앉았다.

브라질과 멕시코 주가도 지난 10일사이 10~15% 폭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으로 브라질 사태가 진정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이 지역 주가가 급락세로 돌변한 것이다.

브라질 레알화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레알화 가치는 한 달만의 최저 수순인 1.726레알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주 전보다 3%정도 떨어진 수치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불안이 브라질 레알화 가치를 위협하고, 레알화 가치가
다시 아르헨티나 페소화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중남미 제2위 경제국인 아르헨티나가 "1달러=1페소"로 고정된 페소화 페그
(peg.사실상 고정환율제)제를 포기할 것이라는 루머가 이번 사태의 도화선
이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 17일 도민고 카발로 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의
말을 인용, "아르헨티나가 페그제를 더이상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가 급증하고 있는 무역적자(4월 약 3억3천만달러 예상)및 산업
생산성 둔화, 이로 인한 경기침체 등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
이었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IMF자금을 받아들이면서 약속한 재정긴축안을 이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의회는 2억8천만달러 규모의 교육비 삭감을 부결시켰다.

페그제 붕괴설은 지난주 말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국제 투기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조지 소로스의 발언으로 증폭됐다.

그는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재정자금이 방출되고 이는 곧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아르헨티나 경제가 파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4일 "내 뜻이 와전됐다"며 해명했지만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제2의 중남미 위기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페그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도 "아르헨티나의 페그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앞마당에서 위기가 재발하도록 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사태의 향방은 결국 미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