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수준에 가까우리만치 전면적인 개각이 단행된 24일 증시는 이상하리만치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엔 경제팀 총수가 바뀌면 신임 장관의 성향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오가고,주가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했지만 24일 개각에 대한 주가
반응은 그야말로 무반응이었다.

인선 내용이 알려진 가운데 개장이 됐고,인선결과가 발표된 오전 9시30분을
전후해서도 주가는 옆걸음질만 쳤다.

오후장 들어서는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채권시장만이 미미한 반응을 보였다.

금리하향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는 재경부 총수에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됐으니 재경부의 입김이 강해지지 않겠느냐는
정도였다.

개각에 대한 증시의 반응이 없었던 대목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들은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풀이했다.

하나는 경제정책에 큰 변화가 없으리란 관측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이고 개각의 성격도
정책의 실패나 성공을 논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 인물을
갈아끼우는 방식이니 주가도 무덤덤했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람이 바뀌건 말건 시장이 제갈길을 가는 것은 그만큼
자본시장이 성숙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정치적인 측면의 인물 갈아끼우기이든,시장이 성숙해서 그렇건 개각에 대해
증시가 냉랭한 반응을 보인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못된다.

얼마전 미국에서 루빈 재무장관이 사임했을 때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루빈 이후의 경제정책 변경을 우려한 때문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정책 입안자와 시장참가자의 호흡이 흐트러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란 해석도 있었다.

새 장관의 입장에서 보면 섭섭한 일이겠지만 새 경제팀이 자본시장으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풍토 속에서 관료가 자신의 고유한 컬러를 갖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시장의 평가와 반응을 외면하고선 아무일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얼마전에는 금리정책을 놓고 한바탕 우여곡절을 겪은 적이 있었다.

자본시장을 시행착오 없이 굴러가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새 경제팀이 해야할
첫번째 일이다.

< 허정구 증권부 기자 huh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