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경제부는 강봉균 청와대경제수석이 신임장관으로 임명되자 이미 예상
했던 일이라면서도 일단 반기는 분위기.

특히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시던 경제수석을 장관으로 맞아 재경부 위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들.

강 신임장관이 대외경제조정실장, 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을 거치는 등 "조정
의 명수"로 알려져 경제정책 조정자로서의 재경부장관 역할에 적임자라는 평.

재경부 관계자는 "남보다 2시간 더 일하는 것을 신조로 삼는 분이라 직원들
이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뜸.

정덕구 차관이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에 대해 재경부직원들은
"차관께서 평가를 제대로 받았다"며 무척 고무된 표정들.

재경부의 한 과장은 "정부에서 인사적체가 가장 심한 곳이 재경부"라며
내심 이번에 차관이 내부에서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 이날 개각을 지켜본 기획예산처 직원들은 진념 장관의 유임이 확정되자
반기는 모습.

그동안 추진해온 공공부문 개혁이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

직원들은 이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기획예산위원장 집무실 명판을 장관
으로 바꾸는 등 분주한 움직임.

일각에선 수석부처인 재경부의 강봉균 장관이 진 장관의 고시 후배란 점에서
향후 경제정책 조정기능에 마찰음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그러나 강 장관이 선장을 맡아 키를 쥐고 진 장관은 경제정책 집행수단인
예산을 갖고 살림을 꾸리는 노련한 갑판장역할을 맡아 조화롭게 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라는게 중론.

<> 산업자원부는 정덕구 재정경제부 차관이 장관으로 임명되자 바짝 긴장
하는 분위기가 역력.

신임장관이 부하 직원들을 혹독하게 다루기로 소문난데다 행시 10회여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상되기 때문.

최홍건 차관 및 오강현 차관보와 산하기관장인 추준석 중소기업청장 김수동
특허청장 등이 모두 고시나 관계입문 등에서 정 장관의 선배.

이에따라 국장급이하 직원들은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옷을 벗을 경우 연쇄
승진인사를 내심 기대하기도.

한편 산자부는 정덕구 신임 장관의 출생지가 충남 당진이 아니라 경기도
시흥이라고 정정한 자료를 이례적으로 배포.

원적지인 충남 당진은 부모님이 사셨던 곳이지만 현재는 아무런 연고도
없다는 설명.

실제 태어난 곳은 경기도 시흥이며 형제들도 옛 시흥에서 분리된 안양에
현재 살고 있다는 것.

평소 사석에서 자신을 ''충청도 사람''이라고 얘기하던 정 장관이 굳이
출생지를 정정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 건설교통부 장관에 이건춘 전 국세청장이 임명된데 대해 국세청에선
"오래 전부터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건교부장관과 국세청장의 오랜 "인연"을 아는 사람들에겐 "건교부장관이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곧 "이 전 청장의 입각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됐다고 전했다.

이들이 말하는 인연이란 과거 건교부 장관들 중에는 국세청장 출신이 유독
많다는 것.

지난 73년 12월 이낙선 전 청장을 시작으로 고재일 서영택 추경석 전
청장이 건교부(건설부포함) 장관에 올랐다.

이런 인연은 건교부와 국세청이 모두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곳이라는
점, 두 곳 모두 조직이 방대해 장의 조직장악력이 중요하다는 점 등이 고려
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 90년대 초 이 신임장관이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세제행정을 주도했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서 고려됐을 것"이라고 봤다.

<> 이규성 전 재경부장관은 24일 오전 기자실에 이임인사를 하기 위해
들렀다가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대목에서 울먹여 주변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그는 "환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으며 병이 나서
병원에 실려간 직원들도 있었다"고 말하다가 갑자가 울먹이면서 30초간 말을
잇지 못하고 서둘러 장관실로 향했다.

이 바람에 그는 예정됐던 기자들과의 마지막 악수도 하지 못했다.

재경부 직원들은 "이 전장관이 지난 90년 재무부장관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인사를 할 때에도 직원들의 고생에 감사한다는 대목에서 역시 울먹인적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직원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고 가끔 호통치기도 한데
대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장관은 외환위기 직후의 급박한 상황에서 경제팀을 이끌어 위기
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경제회복의 기틀을 마련한 ''성공한'' 장관이라는
점에서 역대 여느 재무부, 재경원 장관보다는 ''행복하고 화려한'' 퇴진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경제부/사회2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