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와 손발이 저리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손발이 화끈거리고 피가 안 통하는 것 같기도 하며 시리기도 한다.

"저릿저릿하다" "따끔거린다" "마구 쑤셔댄다" 등등 고통의 표현도
가지가지다.

손발 저림증은 대부분 중추신경계나 말초신경계의 일부가 압박받거나
손상됐을 때 생긴다.

그러나 원인이 워낙 다종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신경이 어떤 양상으로
저림증을 유발하는지 판별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끝내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재면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과 교수, 이한보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로 저림증의 원인과 진단 및 치료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 원인 =우선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일과성 뇌허혈(일시적으로 뇌에 피가 부족해지는 현상)이나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성 질환으로 인해 뇌의 감각피질 시상 뇌간 등이 손상받게 되면 운동
기능은 정상이면서 감각기능에만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오른쪽 뇌가 손상되면 오른팔과 왼쪽다리가 저리게 된다.

뇌종양이나 일본뇌염도 비슷한 발병양상을 띤다.

말초신경계의 경우 목과 허리의 척추 부위에서 손발로 뻗어나가는 첫 신경
부분(신경근)이 눌릴 때 사지저림이 있게 된다.

신경근이 눌리는 원인으로는 목디스크(경추간판탈출증) 허리디스크(요추간판
탈출증) 척추간협착증 등을 들수 있다.

손목이 저리다고 호소하는 중년여성에게 가장 흔한 원인은 수근관증후군
이다.

빨래 설거지 청소 등 팔목에 힘주는 일을 반복적으로 할 때 손바닥과 팔목의
연결부위인 정중신경이 눌려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장시간 운전대를 잡는 직업운전사나 전산입력을 하는 타이피스트 등에게서도
나타난다.

말초신경 자체에 병이 생기는 다발성 만성 신경병증도 저림증의 한 원인
이다.

이런 경우에는 손발의 끝에서 몸 중심으로 저려오게 된다.

비교적 좌우 대칭적으로 저림증이 발생한다.

먼저 루푸스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류머티스성 염증질환은 침범부위에 따라
손발에 감각이상과 저림증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신부전과 같은 대사장애 및 내분비계질환은
전신적으로 신경병증이 나타난다.

알코올중독은 알코올 자체가 신경을 괴사시킬뿐 아니라 비타민 B12처럼
신경형성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분을 유실시켜 신경병증을 유발한다.

이밖에 납 고엽제 담배연기와 일부 항암제 및 결핵약 등도 신경을 손상
시키는 유해물질로 지적된다.

혈액순환 장애로 신경손상이 초래되는 질환으로는 동맥경화 버거씨병 당뇨
합병증 등을 들 수 있다.

불안신경증 등으로 지나친 호흡을 해도 저림증이 유발된다.

과호흡으로 인체의 이산화탄소가 과잉배출되면 혈액이 알칼리화되면서
신경흥분 및 말초혈관수축이 증가, 사지가 저리게 된다.

<> 진단 =의사는 병력을 듣고 나서 각종 신경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근전도검사는 근육에 침을 찌르고 전도도를 측정, 근육 신경 신경총 중의
어느 부위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다.

신경전도검사는 전기적 신호를 감지, 눌렸거나 염증이 생긴 신경부위를
가늠해본다.

이들 검사는 말초신경계질환의 원인과 발생양상을 밝히기 위해 중요하다.

이밖에 내과적 문제가 있는지 혈액검사를 하고, 골격 이상 여부를 알기
위해 X선 검사를 한다.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
영상촬영(MRI) 등을 실시한다.

<> 치료 =저림증의 원인이 뇌졸중 당뇨병 신부전 디스크 류머티스 등으로
밝혀지면 원인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수근관증후군일 경우 정중신경과 인접한 인대를 팔목방향으로 약간 절개,
정중신경에 미치는 압력을 덜어주는 수술을 하게 된다.

과호흡에 의한 것은 발작시에 코와 입에 비닐을 대고 호흡한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면 이산화탄소를 재흡수할 수 있어 통증이 경감된다.

정신적인 문제가 원인이면 상담치료 약물치료 등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원인을 알기 힘들 때에는 소염진통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근이완제 등으로
약물치료를 하거나 온찜질 등 물리치료를 하게 된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