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관 협력업체 ''광일공업'' ]

삼성전관 수원공장에서 남쪽으로 십리 남짓 거리인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능리 소재 광일공업.종업원 63명이 TV 모니터 부품을 만들어 연간 75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이다.

본사 사무실 겸 공장으로 쓰는 3층 짜리 건물.

정면에 나붙은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6시그마로 최고의 품질경쟁력 확보"란 글귀가 적혀 있다.

6시그마는 백만개당 3.4개의 불량품을 목표로 하는 최첨단 품질관리 운동.

대기업도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중소기업이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모기업에서 품질관리 운동을 펼치는데 협력업체가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었지요"

광일공업 김광재 사장은 6시그마 운동을 벌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사장이 자신의 표현처럼 "쉽지 않은 운동"을 시작한 때는 지난해 3월.

모기업인 삼성전관이 협력업체 대상으로 6시그마 전파에 나선 것과 시기가
같다.

"6시그마는 협력업체와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고선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수원사업부 협력업체 모임인 협관회 소속 70여개 업체 가운데 주요 납품업체
18곳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삼성전관 품질관리파트
주상태 과장)

광일공업은 협관회의 회장사.

삼성전관에 13개의 부품을 납품중이다.

그런만큼 모기업의 6시그마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인력양성이다.

"직원들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참여하느냐가 성공의 관건"(김 사장)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시작한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광일공업은 화이트벨트 4명에
그린벨트를 2명이나 보유중이다.

화이트벨트들은 생산관리부와 품질검사부 소속.

공정관리와 제품측정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집중 체크하고 있다.

그린벨트들은 현재 공정 개선작업과 화이트벨트 교육을 맡고 있다.

생산라인 작업반장 5명 모두를 화이트벨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고급과정도 신경을 쓰고 있다.

화이트벨트 3명은 그린벨트, 그린벨트 2명은 블랙벨트와 마스터 블랙벨트
자격을 각각 따도록 할 방침이다.

6시그마 인력을 확보하면서 공정 개선작업을 활발히 전개중이다.

품질수준도 덩달아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TV 브라운관용 프레임 생산공정 개선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브라운관 프레임은 철재인 탓에 이물질이나 철성분의 끝티가 많았고 그래서
브라운관 수명이 단축되는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6시그마 운동을 전개하면서
개선과제로 채택해 해결책을 찾았지요"(김상열 관리부장)

물과 초음파로 끝티를 씻어내는 후가공 공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2억2천만원을 들여 설비를 갖췄다.

대충 털어내다가 공정을 거치자 끝티 숫자는 크게 줄었다.

프레임 1개당 70~80개나 되던 끝티가 25~30개로 줄었다.

김 부장은 "끝티를 2개 이하로 감축해 6시그마 수준을 달성하는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TV 브라운관 장착역할을 하는 S/K밴드의 생산라인에 검사자동화 라인을
설치했다.

불량검사뿐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해 산포관리를 하겠다는 포석이다.

TV브라운관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인 이너실드도 불량률을 낮췄다.

진동자로 털어내도록 해 25개던 끝티를 5개로 낮췄다.

6시그마는 혁신의 바람도 몰고 왔다.

블랙벨트 인증을 추진중인 김홍희 그린벨트(품질부 차장)는 "동료들의
마음가짐이 바뀐 점"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6시그마는 부품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모든 생산과정을 강조합니다. 그
덕택에 부품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됐고 불량품이 나온다는 사실을 용납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됐지요"

광일공업의 6시그마에는 모기업의 지원이 있었다.

삼성전관은 그린벨트 인증을 얻은 협력업체에 대해선 부품입고검사 등에서
혜택을 준다.

또 해마다 개선과제 1건씩을 발표해 통과한 업체에 한해 그린벨트 인증이
유효함을 인정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6시그마의 결실을 협력업체들이 갖도록 한다는 점이다.

6시그마로 생산비용을 낮췄더라도 납품단가를 내려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삼성전관 블랙벨트인 이충호 주임은 "인센티브 부여차원에서 결실은 협력
업체들이 갖도록 하고 삼성전관은 완제품의 불량률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6시그마 전개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도입초기인 지난해 1월 가진 전진대회에서 고참반장들의 반발이 거셌다.

"듣도 보도 못한 운동"을 강압적으로 밀어 붙인다는 불만이었다.

"인력.설비 차이가 큰 모기업의 정책을 답습하면 1백% 실패"라는 노하우를
얻었다.

그래서 표준을 재정립해 6시그마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서별로 매출과 손익을 관리해 작게나마 성과급도 지급하고 있다.

6월부터 전사원이 협력업체를 방문하도록 일정을 짰다.

잘하는 부문은 벤치마킹하겠다는 포석이다.

김홍희 차장은 "중소기업이 6시그마를 현실에 맞게 펼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청 등에서 표준을 만들어 전파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수원=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