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좋은 아이템 없습니까"

예비창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창업아이템에
관한 것이다.

많은 사람은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이민화의 메디슨 같은 벤처신화를
꿈꾸면서도 유망 사업아이템의 선정이란 장벽을 뛰어넘지 못해 좌절하고
만다.

그렇다면 성공으로 이끄는 유망 아이템은 무엇이며, 또 좋은 아이템을 찾는
비법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유망
사업아이템이란 없다.

아무리 앞선 기술분야이고 시장성이 밝은 사업아이템이라도 창업자의 능력과
환경에 따라 그 성패는 크게 달라진다.

이는 화려한 드레스가 무대나 파티에서는 빛나는 옷이지만 운동복이나
작업복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러나 여기서는 사업아이템의 선정기준중 개인적 요소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환경적 요소, 즉 산업.사회.지식환경에 대해 고찰하기로 한다.

개인적 요소는 각 개인의 특성과 성향에 따라 그 기준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산업환경에 대한 친화력이다.

텔슨전자는 지난 94년 세계 최초로 광역무선호출기의 개발에 성공했지만
상품화는 1년 가까이 지연됐다.

기차는 있는데 기차가 달릴 철로가 없었던 탓이다.

만약 무선호출 통신회사들이 광역호출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텔슨전자
의 광역 무선호출기는 "죽은 기술"로 전락했을 것이다.

이렇듯 기존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없는 첨단기술분야는 정부의 정책적
협조나 대기업의 도움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벤처창업은 첨단기술에 의한 소자본 창업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둘째는 사회환경에 대한 친화력이다.

모든 물체는 현재의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듯 사회도 현행의
관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상태를
유지하려는 속성, 즉 관성의 법칙이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디지털카메라는 기존의 광학카메라보다 화질이 뛰어날 뿐 아니라 보존성과
복제성 등에서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아직 디지털카메라가 광학카메라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존의 카메라에 익숙한 사람들이 구태여 돈을 들이면서까지 새로운
카메라를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에 앞서 기존시장에 진입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마지막 조건은 지식환경에 대한 친화력이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사용법을 배우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요하게
된다.

때문에 특정 소프트웨어에 한번 익숙해진 사람은 쉽게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글과 컴퓨터(한컴)의 "아래아 한글"이다.

한컴은 비록 불법복제에 발목이 잡혀 부도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아래아 한글이 대중화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불법복제
와 무료배포 때문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선발주자가 아니면 발 붙이기 어려운 분야가 바로 소프트웨어
분야다.

1등이 아니면 2등이나 꼴찌나 별반 차이가 없다.

벤처기업에게 빠른 도전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광운대 창업지원센터 전문위원.엠케이컨설팅 대표
stealth@daisy.kwangwoo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