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 교수로 변신 '김철수 전 WTO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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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박영균 경제부장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을 지낸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이 제네바에
서 돌아와 교수로 변신했다.
세종대 다산관 교수실에서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기자를 맞은 김 전장관은
아직 교수라는 호칭이 어색하게 들리는 표정이다.
김 전사무차장은 한국인으론 국제기구에서 최고위직에 오른데다 WTO 초대
사무총장 경선에 출마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통상전문가이다.
그는 "우리 경제력에 비해 아직 국제무대 진출인력이 적다"면서 "더 많은
젊은이들이 밖에서 활동 할 수 있도록 후학을 양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국 대학 강단에도 서 본 경험이 있는 정치학 박사다.
그래서 장관까지 지낸 관료출신이라기 보다는 교수가 강의하듯이 논리정연
하고 차분하게 국제통상의 새 흐름과 한국의 대비책에 대해 설명했다.
-사무차장은 어떤 일을 합니까.
"사무국 전체를 집단적으로 책임지고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역할입니다.
3명의 차장이 18개 국중 6개 정도씩을 관장합니다.
저는 중국등의 신규가입업무와 무역정책 환경 섬유협상 연구조사등을
담당했습니다"
-WTO같은 국제기구에 한국인의 진출이나 활동은 활발한 편입니까.
"WTO에 지금 과장급 2명이 있습니다.
무역규모나 WTO 기여금수준을 감안할때 더 많이 진출해야지요.
본인의 능력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배합이 돼야 가능합니다.
제가 재임하면서 매년 한국인 인턴 2명을 받도록 했습니다"
-세계교역의 한 축인 중국의 가입을 앞두고 코소보 사태로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WTO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세계 10번째 무역국입니다.
21세기에는 미국을 능가하리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중국이 없는 WTO는 "세계무역기구"라고 하기엔 어색하지요.
지난번 주룽지 중국총리의 미국 방문때 현안들이 많이 정리돼 중국가입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차기총장 선출문제를 놓고서도 미국과 일본 유럽등의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지요.
"뉴질랜드와 태국의 후보를 놓고 양측의 지지도가 워낙 팽팽해서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투표를 하든지 제3의 후보를 내세우든지 해서 총장을 빨리 선출해야 합니다.
뉴라운드를 앞둔 시점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공백이 길어
지면 곤란합니다"
-최근 도쿄에서 WTO 뉴라운드에 대비한 미국 일본 유럽 캐나다 4자회담이
열렸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11월말 시애틀의 3차 각료회의에서 협상의제와 범위 방법 시기를 결정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됩니다.
WTO에선 요즈음 준비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협상안건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기휴가전까지는 안건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겁니다"
-한국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때 철저히 대비하지 못해 농산물개방등을 놓고
국론이 분열된 적이 있습니다.
국력이 낭비된 셈입니다.
뉴라운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뉴라운드협상은 "밀레니엄라운드"라고도 하듯이 다음세기의 새 국제교역
질서를 구축하기위한 다자간 협상입니다.
이번 협상에선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때 처럼 한국 입장이 일방적인
수세는 아닙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과 IMF관리체제를 겪으면서 경제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개방을 추진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협상은 미국 유럽 일본등 협상주도국들과 더불어 자유무역을 확산시키
고 국내적으론 수준높은 세계화를 이룩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까.
"최근들어 교역상대국들이 반덤핑규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번 뉴라운드에서 반덤핑 협정을 개정해서 반덤핑규제가 자의적으로
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또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같은 지역무역협정이 보다 개방적으로 운용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중국 일본 홍콩 등 지역무역협정을 맺지 않고있는 나라들과 공조해야 할
것입니다."
-뉴라운드의 새로운 이슈들은 무엇입니까.
"환경 외국인투자 경쟁정책 노동기준 부패방지등 5가지가 새로운 이슈입니다
특히 "무역과 환경이슈"는 무역환경위원회를 설립해서 계속 토의하고 있어
협상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인투자와 경쟁정책까지 포함될지는 아직 확언하기 이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MAI,즉 다자간 투자협상이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전자상거래는 어떻습니까.
"98년5월 제네바에서 열린 2차 각료회의에서 이슈로 채택됐습니다.
각 위원회에서 논의중입니다.
전자상거래가 매년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규범이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토의가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원칙
정도를 확인하고 계속 논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교역을 관장하는 기구로서 WTO의 분쟁해결능력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WTO가 출범하기전 47년동안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접수된
무역분쟁이 2백건 밖에 안됐습니다.
이에반해 WTO체제 4년동안 분쟁접수 건수가 1백70건이나 됩니다.
이는 WTO에 대한 회원국들의 신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입김이 드세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이 진 경우도
적지않습니다.
특정국의 무역규정이 WTO규정에 합치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최근 WTO의 한국산 반도체 D램 덤핑판정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서로
이겼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한국은 제소보다 피소되는 건이 많습니다.
또 진 건수가 훨씬 많고요.
아직도 한국의 무역제도나 관행이 WTO와 상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지난번 반도체 건은 우리가 미국에 대해 이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이 수퍼 301조를 부활시켰으면서도 올해 국별 무역장벽보고서를 보면
WTO를 존중하고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미국의 속셈이 뭔지 혼란스럽습니다.
"오는 11월 3차 각료회의를 미국이 유치한데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의 통상정책에서 다자간 무역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큰 줄거리입니다.
WTO 가입이후 수퍼301조를 실제로 발동해서 보복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화되면서 통상압력이 강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내년11월인데 선거때는 항상 보호주의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입니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덤핑판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은 비교적 순조롭게
미국에 수출해왔습니다.
길게보면 낙관적입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미국의 인식은 생각보다 상당히 강합니다"
-한국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선진국들도 자국수출에 대해선 각종 간접지원
을 하지 않습니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는 WTO 규범에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선진국도 중소기업의 해외시장개척 해외전시회참가 수출사절단파견등을
많이 지원합니다.
우리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해왔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특히 마케팅분야가 중요한데 선진국은 더 늘리는 반면 우리는 줄이고 있는
것같습니다"
-WTO와 같은 국제기구에선 작금의 한국경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IMF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개혁 개방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른 국제기구들도 한국의 무역정책이 과거에 비해 개방적으로 바뀐데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구조조정이 중단되지않고 지속돼야한다는 충고도 잊지않습니다"
-지난해 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94년 장관재직 시절에 만든
신산업정책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여기에는 재벌 구조조정이라든지 빅 딜 등의 방향이 포함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장관 재직시절에 업종전문화를 핵심으로 한 신산업정책을 스터디해서
비전을 제시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빅딜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물러나면서 거의 폐기돼 아쉬웠습니다.
당시 다른 부처에서도 별로 호응을 안했고요"
-업종전문화는 지금와서 적극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장관으로 있을 때는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기업들이 핵심업종에 투자할 경우 여신관리와 지급보증제한등을 완화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도록 여건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중단되지않고 꾸준히
지속돼한다고 봅니다.
물론 조선 자동차 전자등 몇몇 생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다루는 경영기법이라든지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서 기업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전반의 세계화를 이룩하는 것등
소프트웨어 차원의 과제들도 산적해있습니다"
-한국은 너무 급속하게 개방해서 위기를 초래했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IMF이전부터 제조업은 개방이 많이 됐습니다.
오히려 서비스분야 등의 개방이 늦었던 것이 화근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고 안주함으로써 정보에도 어두웠던
것입니다.
개방자체가 위기를 초래했다기보다는 개방관리를 잘못했다고 보는게
옳습니다.
앞으로 내부적인 구조조정과 대외적인 개방이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정부와
기업, 국민간에 컨센서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9월부터 세종대 경제무역학과 정교수로 무역정책론을 가르칩니다.
대학에 몸담았지만 국제세미나를 비롯해서 바깥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오는 7월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열리는 뉴라운드협상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게됐습니다.
WTO 경력덕분에 대형 무역분쟁이 빚어지면 제3자 페널리스트로 활동할
기회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리=김성택 기자 idntt@ >
[[ 그는 누구인가 ]]
김철수 전 WTO(세계무역기구)사무차장은 관료계 통상인맥의 대부라고
불린다.
87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 다자간무역협정(MTN)협상그룹 의장을 4년동안
맡아 맹활약했다.
89년 미국과 철강등에 대한 수퍼301조협상을 벌인 주역이다.
95년 WTO 사무총장에 출마했다가 사퇴한뒤 초대 사무차장을 맡았다.
41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유학, 메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인트로렌스대 정치학 교수를 역임하다 귀국해 상공부 시장3과장으로
관료생활을 시작했다.
합리적이고 차분한 성격으로 신망이 높다.
협상시에는 각 분야에 걸쳐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친이 한은총재 재무부장관 초대 경제기획원장관등을 거친 김유택씨(작고).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지내다 유네스코 국장을 맡고 있는 김여수씨가 둘째
형이다.
부인 한유순 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 한국의 통상전문가 ]]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은 통상인맥의 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전에는 통상 한 분야에 정통한 관료가 없었다.
김 전 장관의 맥을 잇는 통상전문가로는 한덕수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꼽힌다.
한 본부장은 관료출신으론 많지 않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출신으로 상공부
제1차관보시절이던 94년과 95년에 한미 철강협상과 한미 자동차협상등 큰
협상을 치뤄냈다.
한.미, 한.일 투자협정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추진등 현 정부의 대외경제
정책을 주도하고있다.
선준영 외교통상부 차관은 현직 외교관으로선 대표적인 통상통.
통상국장 경제담당차관보 주제네바공사 주미공사등 통상분야에 줄곧
근무했다.
차관보와 차관시절 외무부와 상공부간 통상협상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박운서 전 상공부 차관과 라이벌 경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LG그룹 부회장인 박 전 차관은 6년동안 통상진흥국장을 역임한뒤
통상담당 1차관보 차관으로서 우루과이 라운드(UR)등 각종 협상에 참여했다.
황두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과 장석환 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도
상공부에서 통상국장 제네바상무관 제1차관보등 통상요직을 맡으면서 김철수
전 장관을 보좌했다.
산업자원부에서 통상관련 3개국의 국장과 무역실장을 거친 노영욱 송유관
공사사장과 독일상무관 무역실장 등을 역임한 오강현 산자부 차관보도
통상통이다.
실무 관료중에서는 정의용 통상교섭본부 조정관과 김종갑 산자부 국제산업
협력국장이 손꼽힌다.
정 조정관은 외무부 주미참사관 통상국장을 역임했고 외무부출신중에서는
선준영 차관이후 가장 실력있는 통상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종갑 국장은 사무관시절부터 통상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산자부 현역통상
인맥의 대표주자.
미주통상과장 통상정책과장 무역위원회 총괄과장등 통상관련 핵심자리를
두로 거쳤다.
학계에선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원장을 지낸 류장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과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가 통상에 밝다.
통상인맥의 성향은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합리적인 스타일이거나
아니면 협상상대방을 몰아부치는 직선적인 타입으로 대별된다.
그렇지만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논리력이 다른 분야출신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을 지낸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이 제네바에
서 돌아와 교수로 변신했다.
세종대 다산관 교수실에서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기자를 맞은 김 전장관은
아직 교수라는 호칭이 어색하게 들리는 표정이다.
김 전사무차장은 한국인으론 국제기구에서 최고위직에 오른데다 WTO 초대
사무총장 경선에 출마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통상전문가이다.
그는 "우리 경제력에 비해 아직 국제무대 진출인력이 적다"면서 "더 많은
젊은이들이 밖에서 활동 할 수 있도록 후학을 양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국 대학 강단에도 서 본 경험이 있는 정치학 박사다.
그래서 장관까지 지낸 관료출신이라기 보다는 교수가 강의하듯이 논리정연
하고 차분하게 국제통상의 새 흐름과 한국의 대비책에 대해 설명했다.
-사무차장은 어떤 일을 합니까.
"사무국 전체를 집단적으로 책임지고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역할입니다.
3명의 차장이 18개 국중 6개 정도씩을 관장합니다.
저는 중국등의 신규가입업무와 무역정책 환경 섬유협상 연구조사등을
담당했습니다"
-WTO같은 국제기구에 한국인의 진출이나 활동은 활발한 편입니까.
"WTO에 지금 과장급 2명이 있습니다.
무역규모나 WTO 기여금수준을 감안할때 더 많이 진출해야지요.
본인의 능력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배합이 돼야 가능합니다.
제가 재임하면서 매년 한국인 인턴 2명을 받도록 했습니다"
-세계교역의 한 축인 중국의 가입을 앞두고 코소보 사태로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WTO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세계 10번째 무역국입니다.
21세기에는 미국을 능가하리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중국이 없는 WTO는 "세계무역기구"라고 하기엔 어색하지요.
지난번 주룽지 중국총리의 미국 방문때 현안들이 많이 정리돼 중국가입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차기총장 선출문제를 놓고서도 미국과 일본 유럽등의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지요.
"뉴질랜드와 태국의 후보를 놓고 양측의 지지도가 워낙 팽팽해서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투표를 하든지 제3의 후보를 내세우든지 해서 총장을 빨리 선출해야 합니다.
뉴라운드를 앞둔 시점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공백이 길어
지면 곤란합니다"
-최근 도쿄에서 WTO 뉴라운드에 대비한 미국 일본 유럽 캐나다 4자회담이
열렸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11월말 시애틀의 3차 각료회의에서 협상의제와 범위 방법 시기를 결정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됩니다.
WTO에선 요즈음 준비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협상안건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기휴가전까지는 안건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겁니다"
-한국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때 철저히 대비하지 못해 농산물개방등을 놓고
국론이 분열된 적이 있습니다.
국력이 낭비된 셈입니다.
뉴라운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뉴라운드협상은 "밀레니엄라운드"라고도 하듯이 다음세기의 새 국제교역
질서를 구축하기위한 다자간 협상입니다.
이번 협상에선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때 처럼 한국 입장이 일방적인
수세는 아닙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과 IMF관리체제를 겪으면서 경제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개방을 추진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협상은 미국 유럽 일본등 협상주도국들과 더불어 자유무역을 확산시키
고 국내적으론 수준높은 세계화를 이룩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까.
"최근들어 교역상대국들이 반덤핑규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번 뉴라운드에서 반덤핑 협정을 개정해서 반덤핑규제가 자의적으로
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또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같은 지역무역협정이 보다 개방적으로 운용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중국 일본 홍콩 등 지역무역협정을 맺지 않고있는 나라들과 공조해야 할
것입니다."
-뉴라운드의 새로운 이슈들은 무엇입니까.
"환경 외국인투자 경쟁정책 노동기준 부패방지등 5가지가 새로운 이슈입니다
특히 "무역과 환경이슈"는 무역환경위원회를 설립해서 계속 토의하고 있어
협상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인투자와 경쟁정책까지 포함될지는 아직 확언하기 이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MAI,즉 다자간 투자협상이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전자상거래는 어떻습니까.
"98년5월 제네바에서 열린 2차 각료회의에서 이슈로 채택됐습니다.
각 위원회에서 논의중입니다.
전자상거래가 매년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규범이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토의가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원칙
정도를 확인하고 계속 논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교역을 관장하는 기구로서 WTO의 분쟁해결능력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WTO가 출범하기전 47년동안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접수된
무역분쟁이 2백건 밖에 안됐습니다.
이에반해 WTO체제 4년동안 분쟁접수 건수가 1백70건이나 됩니다.
이는 WTO에 대한 회원국들의 신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입김이 드세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이 진 경우도
적지않습니다.
특정국의 무역규정이 WTO규정에 합치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최근 WTO의 한국산 반도체 D램 덤핑판정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서로
이겼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한국은 제소보다 피소되는 건이 많습니다.
또 진 건수가 훨씬 많고요.
아직도 한국의 무역제도나 관행이 WTO와 상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지난번 반도체 건은 우리가 미국에 대해 이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이 수퍼 301조를 부활시켰으면서도 올해 국별 무역장벽보고서를 보면
WTO를 존중하고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미국의 속셈이 뭔지 혼란스럽습니다.
"오는 11월 3차 각료회의를 미국이 유치한데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의 통상정책에서 다자간 무역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큰 줄거리입니다.
WTO 가입이후 수퍼301조를 실제로 발동해서 보복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화되면서 통상압력이 강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내년11월인데 선거때는 항상 보호주의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입니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덤핑판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은 비교적 순조롭게
미국에 수출해왔습니다.
길게보면 낙관적입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미국의 인식은 생각보다 상당히 강합니다"
-한국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선진국들도 자국수출에 대해선 각종 간접지원
을 하지 않습니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는 WTO 규범에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선진국도 중소기업의 해외시장개척 해외전시회참가 수출사절단파견등을
많이 지원합니다.
우리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해왔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특히 마케팅분야가 중요한데 선진국은 더 늘리는 반면 우리는 줄이고 있는
것같습니다"
-WTO와 같은 국제기구에선 작금의 한국경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IMF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개혁 개방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른 국제기구들도 한국의 무역정책이 과거에 비해 개방적으로 바뀐데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구조조정이 중단되지않고 지속돼야한다는 충고도 잊지않습니다"
-지난해 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94년 장관재직 시절에 만든
신산업정책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여기에는 재벌 구조조정이라든지 빅 딜 등의 방향이 포함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장관 재직시절에 업종전문화를 핵심으로 한 신산업정책을 스터디해서
비전을 제시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빅딜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물러나면서 거의 폐기돼 아쉬웠습니다.
당시 다른 부처에서도 별로 호응을 안했고요"
-업종전문화는 지금와서 적극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장관으로 있을 때는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기업들이 핵심업종에 투자할 경우 여신관리와 지급보증제한등을 완화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도록 여건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중단되지않고 꾸준히
지속돼한다고 봅니다.
물론 조선 자동차 전자등 몇몇 생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다루는 경영기법이라든지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서 기업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전반의 세계화를 이룩하는 것등
소프트웨어 차원의 과제들도 산적해있습니다"
-한국은 너무 급속하게 개방해서 위기를 초래했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IMF이전부터 제조업은 개방이 많이 됐습니다.
오히려 서비스분야 등의 개방이 늦었던 것이 화근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고 안주함으로써 정보에도 어두웠던
것입니다.
개방자체가 위기를 초래했다기보다는 개방관리를 잘못했다고 보는게
옳습니다.
앞으로 내부적인 구조조정과 대외적인 개방이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정부와
기업, 국민간에 컨센서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9월부터 세종대 경제무역학과 정교수로 무역정책론을 가르칩니다.
대학에 몸담았지만 국제세미나를 비롯해서 바깥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오는 7월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열리는 뉴라운드협상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게됐습니다.
WTO 경력덕분에 대형 무역분쟁이 빚어지면 제3자 페널리스트로 활동할
기회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리=김성택 기자 idntt@ >
[[ 그는 누구인가 ]]
김철수 전 WTO(세계무역기구)사무차장은 관료계 통상인맥의 대부라고
불린다.
87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 다자간무역협정(MTN)협상그룹 의장을 4년동안
맡아 맹활약했다.
89년 미국과 철강등에 대한 수퍼301조협상을 벌인 주역이다.
95년 WTO 사무총장에 출마했다가 사퇴한뒤 초대 사무차장을 맡았다.
41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유학, 메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인트로렌스대 정치학 교수를 역임하다 귀국해 상공부 시장3과장으로
관료생활을 시작했다.
합리적이고 차분한 성격으로 신망이 높다.
협상시에는 각 분야에 걸쳐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친이 한은총재 재무부장관 초대 경제기획원장관등을 거친 김유택씨(작고).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지내다 유네스코 국장을 맡고 있는 김여수씨가 둘째
형이다.
부인 한유순 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 한국의 통상전문가 ]]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은 통상인맥의 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전에는 통상 한 분야에 정통한 관료가 없었다.
김 전 장관의 맥을 잇는 통상전문가로는 한덕수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꼽힌다.
한 본부장은 관료출신으론 많지 않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출신으로 상공부
제1차관보시절이던 94년과 95년에 한미 철강협상과 한미 자동차협상등 큰
협상을 치뤄냈다.
한.미, 한.일 투자협정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추진등 현 정부의 대외경제
정책을 주도하고있다.
선준영 외교통상부 차관은 현직 외교관으로선 대표적인 통상통.
통상국장 경제담당차관보 주제네바공사 주미공사등 통상분야에 줄곧
근무했다.
차관보와 차관시절 외무부와 상공부간 통상협상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박운서 전 상공부 차관과 라이벌 경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LG그룹 부회장인 박 전 차관은 6년동안 통상진흥국장을 역임한뒤
통상담당 1차관보 차관으로서 우루과이 라운드(UR)등 각종 협상에 참여했다.
황두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과 장석환 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도
상공부에서 통상국장 제네바상무관 제1차관보등 통상요직을 맡으면서 김철수
전 장관을 보좌했다.
산업자원부에서 통상관련 3개국의 국장과 무역실장을 거친 노영욱 송유관
공사사장과 독일상무관 무역실장 등을 역임한 오강현 산자부 차관보도
통상통이다.
실무 관료중에서는 정의용 통상교섭본부 조정관과 김종갑 산자부 국제산업
협력국장이 손꼽힌다.
정 조정관은 외무부 주미참사관 통상국장을 역임했고 외무부출신중에서는
선준영 차관이후 가장 실력있는 통상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종갑 국장은 사무관시절부터 통상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산자부 현역통상
인맥의 대표주자.
미주통상과장 통상정책과장 무역위원회 총괄과장등 통상관련 핵심자리를
두로 거쳤다.
학계에선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원장을 지낸 류장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과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가 통상에 밝다.
통상인맥의 성향은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합리적인 스타일이거나
아니면 협상상대방을 몰아부치는 직선적인 타입으로 대별된다.
그렇지만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논리력이 다른 분야출신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