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분기 경제성장률 4.6% 향방 ]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GDP 기준)이 4.6%를 기록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가
나온 지난 20일 종합주가지수는 7백10원선 아래로 밀렸다.

물론 작금 증시상황은 미국의 금리정책과 엔저등 외부요인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해도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는데도 주식시장이 이 지경인 것은 문제다.

경제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표로 나타나는 장미빛 전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아직 경제의 앞날을 확신하기엔 불안안 요인들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우선 최근의 회복세는 지난해 한국경제가 워낙 큰폭으로 위축된데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

요건대 당국의 발표치만 믿고 경기상황을 낙관하기엔 시기상조다.

<>알맹이 없는 설비투자 =설비투자는 수치상으로 12.9%나 늘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운송장비투자.

자동차를 비롯 선박 철도차량 등에 대한 투자가 무려 49.7% 증가했다.

기업이 업무용이나 임원용 차를 사는데 돈을 많이 썼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설비투자와는 거리가 먼 분야다.

이에 비해 제대로된 설비투자인 기계류투자는 지난 1.4분기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기와 직결되는 건설투자는 오히려 13.7%나 줄었다.

<>불안한 소비증가 =민간소비는 지난 1.4분기 6.3% 늘어나며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이를 이끈 것은 승용차와 휴대폰등 내구재 소비.

지난해 IMF에 따른 충격으로 민간부분이 유보했던 소비를 올들어 급격히
늘리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특히 지난 3월 휴대폰 내수출하 증가율은 50%에 달했다.

휴대폰에 대한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앞다퉈 휴대폰을 교체한 덕택.

1.4분기 소비증가세가 일시적인 현상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과대평가된 수출 =상품수출은 지표상으로 12.8% 증가했다.

물량기준으로 따졌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금액으로 따지면 오히려 5.8%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 생산 증가의 상당부분이 수출물량 증가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수출단가
저하로 수출금액은 기대만큼 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원화가치는 지난해보다 큰폭으로 절상돼 원화기준 수출액은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업이 수출을 통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상당히 줄었다는 뜻이다.

<>불충분한 재고조정 =일반적으로 경기가 저점에 도달하는 시점에선 재고가
줄어들지만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서면 기업은 수요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재고를 다시 늘리게 된다.

그러나 올들어 재고감소세는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속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 하반기 이후가 문제

현재 경제성장은 소비회복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저금리와 경기부양책에 따른 결과다.

반면 투자와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는 10% 이상 늘었다고 하지만 절대규모면에서 IMF 이전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

과거 경기회복기에 비해 개선속도도 빠르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가파른 소비회복세는 지속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높은 실업률과 낮은 실질임금으로 중산층이 엷어진 상황에서 전체적인
구매력은 지난해보다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해 미뤄 놓았던 내구재등에 대한 대기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소비성장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수출과 내수등 수요기반은 아직 빠른 경제상승을 지지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지 않은 상태다.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일부 외국전망 기관이 올해에 비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게 내다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