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가지 꽃들 속에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자치기를 하는지 사방치기를 하는지/온통 즐거움의 소리들이다"

올해 정지용문학상 수상 시인 송수권(59)씨가 토종 우리꽃들을 노래한
시선집 "들꽃세상"(도서출판 혜화당)을 펴냈다.

그는 봉숭아 꽃잎에서 "손톱이 불을 켠 듯 환해지는" 추억을 받아내고
도라지꽃에서 "삼한적 맑은 하늘 이슬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방아다리 손주처럼 유순한 자귀나무꽃도 그의 눈길이 닿으면 합환목으로
승화된다.

시인은 "반달같은 꽃 차일이 하늘을/가리고 쪽빛 바다가 먼저 발 아래서
눈시울을" 적시는 들길을 걸으며 "물봉선 물매화 체꽃 오랑태 구름무늬
하늘메꽃..." 정겨운 꽃노래를 부른다.

이 시집은 비단으로 겉표지를 감싼 양장본.

더욱이 1천5백부 한정본으로 발간돼 의미를 더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