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술이 상업적으로 대량 제조되고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파스퇴르가 알코올 발효에 대해 연구하여 미생물(효모)의 존재를 규명한
19세기 후반 이후 일이다.

그 전에는 각 가정에서 손끝으로 전해져온 양조 비법에 따라 제조되고
음용되었다.

조선 영.정조 시대의 빙허각 이씨는 며느리들에게 가정에서 갖춰야 할
기예를 규합총서라는 저서에서 가르치고 있다.

글 첫머리에는 술을 빚고 음미하는 방법과 옛날 주부들이 술 만드는 기술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가 담겨 있다.

술은 양조 기간이 여러 날 걸리기 때문에 제사나 혼사 등 경조사를 치를 때
다른 음식에 앞서 먼저 빚기 시작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1909년 일본의 섭정 아래서 주세령이 내려진 후 가정에서 빚은 술은 밀주라
하여 제조 유통을 금지시켰다.

가가호호 비전되던 다양한 가양주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최근 주류의 수입 개방과 자가 소비용 술 제조의 허용으로 다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술을 만들수 있게 됐다.

요즘 몇몇 칵테일 학원에는 수강생이 넘쳐난다.

이는 시대적인 흐름에 걸맞은 현상이라고 할수 있다.

술 발효의 원리와 미생물의 특성을 잘 알아두면 가정에서도 취미대로
다양한 술을 만들수 있다.

약주 탁주 맥주 과일주등의 양조주는 발효 조건 몇가지만 잘 유지시키면
된다.

즉, 곡물을 당화시키고 효모를 첨가하여 밀폐용기에 넣어 온도만 잘 조절해
주면 술이 생성된다.

그러나 자동온도 조절기등의 장치나 여과기를 마련하기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이에 비해 향료 식물이나 과일을 증류주에 담가 침출주를 만드는 것은 훨씬
간단하고 쉽다.

대표적 침출주는 인삼주나 매실주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손쉽게 제조할수 있는 것은 칵테일이다.

칵테일의 베이스는 위스키 진 보드카등의 강한 술이다.

이런 술은 변질될 염려가 없어 보관하기 쉽다.

마실 때마다 신선한 음료및 과일을 적당히 섞어 취향에 맞는 방법을 개발
하면 자기만의 칵테일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양조한 자기만의 술을 한두가지 갖는 것은 도시 생활에 찌든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하는 청량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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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이종기(45)씨는 경동고와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헤이옷와트 대학원에서 양조및 증류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80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후 20년째 술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국내 최고
술 전문가이며 "술 박사"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두산씨그램 공장장(이사)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시험실에 가져온 위스키의 관능검사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 24시간을
술과 함께 지낸다.

그는 술을 제대로 알고 마시면 건강과 함께 생활의 기쁨을 찾을수 있다고
주장한다.

술에 대한 바른 상식보급과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이종기씨의
칼럼을 연재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