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어제 "한국경제의 회복을 축하한다"는 말을 가는
곳마다 되풀이했다.
실망해있던 한국인들에게 "위기는 위장된 축복(Blessing in Disguise)"일
수도 있다며 격려했었던 그였기에 감회도 새로웠을 것이다.
때마침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4.6%를 기록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가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한은 통계대로라면 1.4분기중 실질GDP 규모는 지난 97년1.4분기, 다시말해
IMF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는 2.4분기 성장률도 6%를 넘길 전망이라고 하니 수치만으로는 지나치
게 빠른 경기회복 속도를 우려해야할 정도가 됐다.
어떻든 최소한 2,3년은 걸릴 것이라던 경제회복 기간이 절반가까이 단축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성장률 4.6%의 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경제가 과연 "정상
궤도"에 복귀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인 것이 사실이다.
굳이 통계수치가 갖는 착시현상에 대해 말하고자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2.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7%대였음을 고려하면 올 2.4분기 성장률
이 8% 이상은 나와야 겨우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성장의 내용이며 최근의 경기가 우리경제의 잠재적 역량에 근접할
만큼 내실있게 정상화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우선 "인플레 없는 성장률"로 정의되는 잠재성장율을 재경부가 제시하는
5%로 잡더라도 본격적인 경기활황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질 성장률이 잠재 성장율을 밑돈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경제가
이른바 디플레이션갭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이른바 디플레이션 갭, 다시 말해 투자가 저축을 밑돈다는 뜻인 만큼
당분간은 물가상승을 우려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도 할
것이다.
최근들어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1백55만명에 달하는 실업자수도 정상수준
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1.4분기 경제성장률의 이같은 이면들을 들여다본다면 현재의 경기를 섣불리
과열로 진단하고 금융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우리는 확대지향의 성장정책만이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사회안정도
기하는 길이라고 본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구조조정이 기업 생산능력을 축소시키는 일변도여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거듭말하지만 4.6% 성장은 결코 높은 것이 아니다.
또 캉드쉬 총재의 진단처럼 과열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긴축을 운위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