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이 인정한 부동산 세일즈맨입니다"

김윤기(57) 토지공사 사장.

그는 지난주초 미국 LA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토지를 팔며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인 만큼 믿고 투자해 달라는 뜻에서였다.

이 말은 외국인과 교포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결과는 이틀만에 12건 1백49억원어치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토지공사가 해외세일즈에서 사상 처음으로 판매실적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김 사장은 "대한민국 국토를 외국인에게 파는 게 마뜩치는 않지만 국토는
움직이지 않고 돈만 들어 온다"는 점에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교포들이 한국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며 "전용펀드마련 등 이들을
위한 상품을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를위해 LA에 사무소를 내는 것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주요 타깃은 역시 국내.

급변하는 부동산시장을 앞서 나가는게 열쇠다.

시장변화를 리드해야 승리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토지수익연계채권.

땅값이 오르면 수익을 더 얻는 부동산금융파생상품이다.

국내 첫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으로 이달초 발행 첫날 90%이상 팔리는 진기록
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금리를 염두에 둔 간접투자상품의 개발로 부동산이 투기가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한국의 부동산 역사는 이제 새로
써야 한다"고 자부한다.

"이런 상품이 있는 줄 몰랐다"는 일반인들의 항의(?)가 많아 조만간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토지상환채권 ABS(자산담보부채권) 등 다양한 상품도 준비중이다.

김 사장의 이같은 발빠른 움직임의 종착점은 분명하다.

토지공사를 토지중앙은행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것.

토지자원을 종합적으로 조달, 배분해 땅값을 안정시키고 국가자산의 손실을
막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IMF관리체제이후 3조5천억원규모의 기업부동산을 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10조원정도의 자금만 있으면 토지공사는 국가경제를 담당하는 한 축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그는 그래서 빨리 보유토지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채출신 첫 사장인 그의 별명은 "맏형".

소탈하고 강직한 성격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

그런 성격은 지난해 구조조정작업에서 잘 나타났다.

조직의 생살을 도려내는데 조그만 잡음도 없었다.

최근 "공공부문 경영혁신대회"에서 기획예산위원회 위원장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취미는 최근까지 등산이었다.

동료들과 산에 오르며 강조한게 항상 "사람"이었다.

조직의 요체는 결국 사람이라는 경영철학이다.

그러나 요즘엔 골프를 배운다.

주말에 틈만 나면 집근처 연습장에 나간다.

국제적 세일즈맨이 되려면 골프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아직은 초보.

최근 이정무 건설교통부장관이 주관한 산하기관장 골프모임에서 "저 사람
진짜 처음 치나보네"(이 장관)란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 육동인 기자 dongin@ >

< 김윤기 사장 약력 >

<> 1942년생
<> 연세대 문과대학
<> 연세대 경영대학원
<> 미국 하버드대 환경대학원(IPI과정 수료)
<> 78년 토지금고 입사
<> ROTC 2기회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